멈춰버린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한화가 지난 16일 대전 NC전을 통해 지긋지긋한 연패를 끊었다. 개막전부터 이어져온 13연패 사슬이었다. 그 동안 독수리의 시계는 멈춰 있었다. 연패 동안 경기 소요 시간은 총 41시간39분. 선수들은 벤치에서 고개를 숙이며 경기를 즐기지 못했다. 야수들은 주눅 든 채 공격과 수비를 했고 투수들은 볼넷을 남발했다. 한화 관계자는 "투수들에게 볼넷 좀 줄이라고 했더니 이제는 한 가운데로만 던져 안타를 맞는다. 답답하다"고 했다.
개막 2연전 결과가 뼈아팠다. 부산 롯데전에서 다 잡은 승리를 놓치면서 팀 분위기가 꼬이기 시작했다. 2경기 모두 4시간 넘는 시소 게임을 했지만 승수를 챙기지 못했다. 2연패 뒤엔 속절없이 무너졌다. 경기 초반 리드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고, 상대 팀에 끌려 다니기에 바빴다. 2시간 대로 끝난 경기가 5번, 3시간 초반 대는 4번, 3시간 후반대가 2번이었다. 총 41시간39분 동안 독수리 시계는 돌지 않았다. 그리고 이 기간 한화의 몰락은 한국 프로야구에 몇 가지 메시지를 던졌다.
한화는 시즌을 앞두고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했다. 지난해 마무리 훈련부터 올 전지훈련의 스케줄은 쉽게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러나 정작 실전에서는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기본 능력이 부족했고 과도한 부담감에 자신감도 없었다. 한화 관계자의 표현대로 "꼭 우리 팀과 할 때만 애매한 타구가 많이 나왔을 수"도 있다.
문제는 한화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적으로 볼넷과 실책, 실책성 플레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지방의 A 선수는 "선수들이 흘린 땀과 눈물을 생각하면 경기력 저하를 함부로 논할 수 없을 것이다"고 했지만, 수치를 언급하지 않고도 팬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플레이가 너무 많았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선수들의 역량 부족이다. 수도권 B 단장은 "아마 야구 발전이 없는 한 프로야구 발전이 없다. 도무지 쓸 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주말리그 운영 등으로) 중ㆍ고교 학생들이 벌써부터 수술을 하고 어깨에 주사를 맞으면서 공을 던진다. 앞으로는 프로에서 뛸 수 있는 선수들이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경기력 저하 문제는 해가 지날수록 더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9구단, 10구단 체제가 되면서 13연패를 넘는 기록이 나올 수도 있다. 백업 멤버가 출중해야 1군도 열심히 뛴다.
환경 탓도 크다. 유독 국내 야구장에는 불규칙 바운드가 많이 나온다. 실책을 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공식기록원도 헷갈릴 때다 많다. 그리고 이런 타구들이 결정적인 실점으로 연결되는 게 현실이다. 70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의 첫 번째 과제는 여전히 인프라다. 선수들이 편하게 경기 준비를 하고 야구를 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개막 후 13연패라는 진기록은 1차적으로 한화 탓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을 운영하지 못했고 선수 관리가 부족했다. 하지만 13연패에 묻혀 부각되지 않은 문제점들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아마야구의 현실, 어이없는 실책,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투수, 열악한 환경 등은 리그 전체적인 고민이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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