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희생자 3명의 신원이 모두 밝혀졌다. 테러로 인한 사상자는 180명을 넘어섰다.
AP통신은 사건 발생 당일 사망이 확인된 8세 소년 마틴 리처드 외에 29세 여성 크리스틀 캠벨과 23세 중국인 여성 뤼링쯔가 숨졌다고 16일 보도했다.
캠벨은 친구인 캐런 랜드와 함께 결승선에 서 있다가 변을 당했다. 캠벨의 아버지는 처음에는 “딸이 다리를 다쳤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병원 측 말에 안심했으나 의료진이 캠벨과 랜드를 혼동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비탄에 빠졌다. 가족은 며칠 앞으로 다가온 캠벨의 생일 파티를 준비하던 중이었다. 레스토랑 매니저였던 캠벨은 한 주에 70~80시간 일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은 밝은 사람이었다고 주변 사람들은 기억했다. 캠벨의 할머니는 16일 집 앞에 모인 기자들 앞에서 “크리스틀은 바쁜 와중에도 2년 넘게 나를 도맡아 간병한 따뜻한 아이였다”고 애도했다.
뤼링쯔는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뒤늦게 사망한 사실이 확인됐다. 뉴욕의 중국영사관은 뤼의 가족이 고인의 신원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으나 홍콩의 피닉스TV는 “그는 보스턴대학원 통계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이라고 보도했다. 피닉스TV는 “뤼는 중국 선양의 둥베이 영재고교 출신으로 베이징 이공대학에서 국제무역을 공부한 뒤 미국으로 유학한 인재”라고 그를 소개했다. 뤼의 아버지는 지역 신문기자가 사고 소식을 알리기 위해 집을 방문한 다음에야 딸의 사망 사실을 안 것으로 전해졌다.
뤼의 고교 시절 담임교사였던 양용쿤(楊永坤)은 지역 신문에 “졸업한 지 오래됐지만 워낙 똑똑하고 착실해 깊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며 “평안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의 트위터 격인 웨이보에는 17일 뤼를 추모하는 글 수천 개가 올라왔다. 일부 네티즌이 뤼의 사진과 신상 정보를 올렸다가 “유족의 뜻을 존중하라”는 질타를 받았다.
사망자 중 가장 어린 리처드는 가족과 함께 마라톤을 관람하다가 첫 번째 폭발 때 목숨을 잃었다. 숨진 다음날 밝게 웃는 그의 모습이 인터넷에 공개돼 안타까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리처드의 담임교사는 16일 페이스북에 지난해 4월 학교에서 찍은 그의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에서 리처드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더 이상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마세요, 평화’라고 쓴 종이를 들고 웃고 있다. 외신들은 “소년이 직접 만든 이 슬로건이 전세계에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테러로 마틴의 어머니도 머리를 심하게 다쳐 뇌수술을 받았고 6세 여동생 제인은 한 쪽 다리를 잃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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