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과 북핵 해법에 대한 논쟁이 다시 '백가쟁명'(百家爭鳴) 시대를 맞이했다. 과거에도 북핵 실험 또는 정부 교체 때마다 반복되었지만, 이번 논쟁은 특별하다. 우선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북핵 위협이 실체화된 데다 전례 없이 강경한 도발적 언동으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국정경험이 없는 20대의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도발을 주도하기 때문에 충동과 오판으로 인한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매우 높다.
그런데 이번 백가쟁명이 북핵 정책에 대해 건설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듯이 보여 안타까운 마음이다. 여기에는 4반세기에 걸친 북한 비핵화 정책이 처참히 실패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비핵화 노력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스며 있다. 또한 대북 포용정책도, 압박정책도, '건설적 인내' 정책도 모두 실패했다는 중압감도 창의적이고 건설적인 정책대안을 찾기 위한 논의를 저해한다.
지금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효과적인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지 못할 경우, 우리는 북핵의 그늘과 일촉즉발의 위기 국면 하에서 불안하게 살아야 하며, 통일의 길도 멀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북한 비핵화를 주도하지 않는다면 주변국과 국제사회도 수수방관할 것이다. 또한 한반도의 운명은 주변국의 손에 좌지우지 될 것이다. 어떤 비용을 치러서라도 피해야 할 시나리오다.
따라서 우리는 다시 북핵 문제를 직시하고 비핵화 정책의 정석으로 돌아가야 한다. 돌이켜보면 북한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길에는 왕도도 첩경도 없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의지와 지혜와 지지를 결집해야 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고려사항은 아래와 같다.
첫째, 북한 비핵화에 대한 목표의식을 확고히 해야 한다. 사실 최근 북한 비핵화 정책에 대해 냉소가 만연하다. 과거에는 북한의 핵능력과 핵무장 의지를 과소평가하여 조기대응에 실패하였다. 지금은 정반대로 북한의 핵능력과 핵무장 의지를 과대평가한 나머지 비핵화 목표와 추진 의지마저 저버리는 경향이 있다. 북한 비핵화는 모든 한국민과 후세의 안보와 평화와 번영이 걸린 과제이다. 북한 비핵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어려워지고 정치·외교·경제적 비용도 증가한다는 역사적 교훈에 유의하여, 비핵화 초점을 한시라도 흩트려서는 안 된다.
둘째, 대북정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해야 한다. 민주사회에서 정권교체에 따른 대북정책의 단절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지속가능한 대북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위한 국민적 합의를 유지할 책무가 있다. 사실 남북관계에서 최악의 정책은 오락가락 정책이다. 포용정책, 압박정책도 지속하면 성과가 날 것이다. 그런데 국민적 합의가 없는 정책은 특정 정부의 임기동안만 유효하다. 잦은 정책 번복은 남북 간 신뢰구축에도 치명적이다. 지속성을 위해 남북관계발전법과 국회 남북관계발전특별위를 활용하면 된다.
셋째, 비핵화를 위해 실체적인 '압박과 유인책'을 사용한다. 사실 북한에 대해 당근과 채찍도 실패했다는 인식이 많다. 그런데 말뿐인 당근과 채찍으로는 북한을 움직일 수 없다. '그림의 떡'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통 큰 떡'을 맛보게 해야 하며, '솜방망이'가 아니라 '쇠몽둥이'를 휘둘러야 한다. 그것도 같이 적용할 때 더 효과적이다.
넷째, 북한 붕괴를 대북정책의 주축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북한 붕괴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비상대책이지, 대북정책이 될 수는 없다. 지난 20여 년간 우리는 종종 북한 붕괴론과 고사론의 유혹에 빠져 '시간벌기'와 '방치'를 선택하곤 했다. 그 선택의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북한 핵무장과 군사도발이 오히려 심화되고, 남북 간 신뢰는 더욱 훼손되었다.
돌고 돌아 우리는 남북관계의 새로운 출발점에 서있다.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제창하였다. 마이너스 신뢰에서 출발해야 하는 우리 정부의 짐이 무겁다. 그렇지만 원칙과 신뢰에 기반한 대북정책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것을 기대한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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