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헌혈이 줄을 잇고, 얼굴도 모르는 부상자와 가족에게 피자를 보내고…. 테러가 휩쓸고 간 미국 보스턴에서 작지만 뜨거운 인간애가 빛을 발하고 있다.
15일 오후 보스턴 마라톤 대회 테러 직후 부상자들이 실려간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는 자발적으로 헌혈을 하려는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병원측은 상당수 헌혈 지원자들을 돌려보내야 했다. 페이스북에 “오늘 필요한 혈액은 이미 충분합니다”라고 공지했다. 이어 “이번 주와 다음주에 필요한 헌혈은 내일 아침 7시30분부터 시작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적십자사 측도 헌혈자가 너무 많이 몰리자 “지금 당장은 혈액이 충분하다”고 트위터에 올린 뒤 한 시간 뒤 다시 “지금 말고 다음에 헌혈해달라”고 당부했다. 적십자사는 헌혈지원자가 쇄도하자 대기자 명단까지 작성했다.
테러가 발생한 보일스턴 거리를 중심으로 가게 주인과 시민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멕시코식당 엘 펠론은 “음료와 식사, 와이파이, 휴대전화 충전 등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혼자 있고 싶지 않은 사람도 오세요. 돈은 낼 수 있는 분만 내면 됩니다”고 공지했다. 많은 식당이 이런 무료 서비스에 동참하고 있다. 인터넷에는 호의를 베푼 가게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시민들은 음식배달 서비스 사이트인 그럽허브를 통해 부상자들이 있는 병원 앞으로 피자를 배달했다. 피자 주문이 몰리자 애니타임 피자 등 많은 피자가게는 밤샘 작업을 했다. 폭스뉴스는 “피자 가게 직원들이 모두 부엌에 들어가 있어 주문전화를 받지 못하니 주문은 인터넷을 통해 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구글은 사고 직후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도움을 줄 사람을 연결해주는 인터넷 코너를 열었다. 보스턴 시민 크리스틴 코로나는 이 코너를 통해 “쉴 수 있는 소파가 마련돼 있고 마음을 어루만져줄 두 마리의 귀여운 치와와가 있습니다. 언제든 필요할 때 내 아파트를 찾으세요”라고 올렸다.
눈 앞에서 폭탄이 터졌으나 결승선까지 완주한 78세 마라토너의 사진과 사연도 용기의 상징으로 회자되고 있다. 건설 노동자 출신으로 세번째 보스턴 대회에 참여한 빌 이프리그는 “1.5m 앞에서 첫 번째 폭탄이 터졌다”며 “폭발 충격으로 다리가 풀려 바닥에 쓰러졌지만 굴하지 않고 계속 뛰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8일 보스턴을 방문, 희생자와 부상자들을 위한 연합 예배에 참석한다. 시민들은 테러 현장에 헌화하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추모열기는 오바마의 방문에 맞춰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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