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규모의 영미 로펌들이 앞다퉈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한국 기업의 글로벌 역량이 강화된 데서 가장 큰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한국 기업이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면 할수록 자연히 국제 거래과정에서 여러가지 법률자문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현재 세계적인 초대형 로펌으로 분류되는 곳은 DLA 파이퍼(변호사 4,200명), 클리포드 찬스(3,400명), 스콰이어 샌더스(1,300명), 클리어리 가틀립(1,200명), 롭스 앤 그레이(1,100명), 맥더모트 윌 앤 에머리(1,100명), 폴 헤이스팅스(1,000명), 심슨 대처(850명), 오멜버니 앤 마이어스(850명) 등이다. 이들은 한국 법률시장에서 인수합병, 금융, 독점규제, 국제통상, 특허, 지적재산권 분쟁 등 기업활동으로 파생되는 모든 문제를 다루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실제로 한국일보가 확보한 한국사무소 개설 16개 영미 로펌의 자료에 따르면 이들의 공통적인 서비스 제공 영역은 기업 자문이다. 심슨 대처의 손영진 대표는 "국내 기업은 한번 자문을 맡겨 만족스런 결과를 얻으면 계열사와 거래처에 로펌을 소개해주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일 잘하면 계속 가지를 칠 수 있다는 말이다. 롭스 앤 그레이, 쉐퍼드 멀린, 클리포드 찬스, 심슨 대처, 폴 헤이스팅스, 클리어리 가틀립 등은 이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과 20여년 이상 거래를 해와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다.
특화된 분야에 집중하는 로펌도 있다. 미국 LA에 본사가 있는 오멜버니 앤 마이어스의 경우 할리우드 관련 소송을 다수 다룬 경험을 이용해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 분야를 공략하고 있다. 에너지 및 과학산업 자문 관련 전문 변호사를 확보한 맥더모트 윌 앤 에머리는 에너지산업 자문을 노리고 있으며, 영국계 로펌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즈는 자원개발사업 자문 경험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오멜버니 앤 마이어스의 박진원 대표는 "한국에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 아직 전문적 법률 조언을 받지 못하고 있는 영역이 많다"며 "이 부분에 효과적으로 접근할 구체적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수주전이 치열하다 보니 '뷰티 콘테스트'(미인대회)로 비유되는 로펌들의 프리젠테이션 경쟁까지 생겼다. 특정 기업이 사업 주제를 정하면, 각 로펌 대표들이 기업 관계자를 심사위원처럼 모시고 자신만의 장점을 어필하는 형식이 미인대회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말이다.
영미 로펌의 각축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사무소의 임대 계약은 기본 3년인데 영미 로펌들은 하나같이 "적어도 시장이 완전히 개방되는 2017년 전까지는 어떤 방식으로든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결국 10개 정도의 영미 로펌이 살아 남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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