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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공항 입국장 면세점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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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공항 입국장 면세점 설치

입력
2013.04.1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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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출국장에만 설치된 면세점을 입국장에도 설치하는 내용의 법안 개정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됐다. 이번까지 포함하면 벌써 여섯 번 째 관련 법안 제출이어서 처리 여부가 주목된다. 그러나 법안 심의도 하기 전인데도 찬반 양론이 뜨겁다.

법안이 발의되면서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은 여객터미널 2층 입국심사대 주변 공간 730㎡ 에 면세점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공항공사 측은 "2001년 개항 이듬해부터 추진해온 것으로 순전히 여행객 편의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외국에서도 입국장에 면세점이 있는 곳이 여럿 된다.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 세계 62개국 115개 공항 입국장에 면세점이 있다. 입국장 면세점을 원하는 쪽에서는 공항공사 등이 2002년부터 9차례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국민의 77~90%가 찬성했다는 걸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출입국 관리와 관세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법무부ㆍ기획재정부ㆍ관세청은 입국심사지연, 공항혼잡증가, 조세형평성 저해, 과소비조장 등을 우려해 "시기 상조"라는 입장이다. 베트남 호치민 공항이 입국장에 면세점을 설치했다가 밀수 범죄가 늘어 폐쇄한 사례를 들어 공항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보안에 구멍이 생긴다는 지적도 많다.

전문가들의 시각도 엇갈린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면세점에 입국여객이 섞이면 마약, 밀수품, 테러물품의 전달과 은닉이 가능할 수 있다"며 "여행객의 면세품 구매욕구보다 출입국 기본업무가 우선시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윤유식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해외여행이 일반화한 만큼 사회ㆍ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법안을 개선하는 게 맞다"며 "제한적인 손실보다 여행수지 개선, 여행객 편의 제고 등 포괄적인 이득이 더 많은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여행객만 혜택 조세 형평성에 배치… 공항 대혼잡 불 보듯… 보안 차질 우려도"

●반대,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세계적 허브공항엔 설치 전무마약 등 밀수적발도 어려워져쇼핑 욕구 충족 넘어 득실 따져야

장면1. 여행객으로 붐비는 주말 국제공항 입국장. 입국심사대를 통과한 여행객들이 도착항공편의 수하물 인도장소로 모여든다. 또 다른 항공편의 여객들도 옆의 인도장소로 이동한다. 순식간에 수백 명에 이르는 여행객들로 입국장은 북적인다. 그러나 혼잡은 잠시뿐. 위탁수하물을 찾아 세관신고서를 직원에 건네고 여행객들이 하나 둘씩 탁 트인 이동공간에 따라 입국장을 빠져나간다. 공항을 나서기까지 입국업무에 걸린 총 시간은 12분 정도. 연이은 두 항공편의 여객들이 도착한지 채 30분도 지나지 않아 입국장은 평온을 되찾는다. 서비스평가에서 8년 연속으로 세계1위를 차지한 인천공항 현장이다.

장면2. 면세점이 설치된 가상의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여행객들의 짐을 수색하는 세관원들의 손길이 바쁘다. 벨트컨베이어에는 남은 위탁수하물들이 여전히 돌고 있다. 일부 여행객은 건너편 면세점으로 이동한다. X-선으로 포착된 의심스런 수하물을 추적하는 사복세관원도 분주하다. 먼저 입국한 항공편 여객들과 섞인 쇼핑객들 틈에서 감시와 추적이 끝날 틈 없이 계속된다. 쇼핑이 계속되는 동안 또 다른 항공편 여객들이 도착하면서 면세점은 이제 국내외 다양한 고객들이 드나들어 북적인다. 불법 반입물의 은밀한 전달을 막고 수하물 검색을 강화하다 보니 입국절차와 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최고수준의 공항서비스와 마약청정국가 이미지도 위태롭다.

공항은 인적ㆍ물적 흐름에 역량을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한다. 공항은 여행이 시작되고 끝나는 장소다.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면세품에 매력을 느낀다. 국내소비의 목적이라면 당연히 출국장보다는 입국장의 면세점이 편리하다. 최근 발의된 입국장면세점 설치 법안의 취지도 이처럼 여행객의 편의제고 때문이다. 그런데 비관세혜택을 확대함으로써 야기되는 조세 형평성과 공항 보안업무, 입국장 서비스에 대한 저해가 문제다. 면세점은 해외여행자의 휴대물품 구매에 한하여 면세혜택을 주는 관세법 196조에 근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외관광이 늘어나면서 면세품목이 확대되어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면세품시장을 형성했다. 세계시장의 10.4% 규모로 성장한 배경에는 외국에 비해 높은 면세 혜택이 있다. 그러나 해외여행의 기회가 없는 서민계층에게는 80% 이상이 외국상품으로 구매되는 별개의 시장일 뿐이다. 세원을 줄이면서 마련한 조세의 혜택을 일부 여행객들만 향유하는 것이다. 여행객들의 국산제품에 대한 구매기회를 줄이는 부작용도 있다. 이점에서 보면, 싱가포르와 홍콩, 뉴질랜드, 호주 등과 같이 제품의 생산기반이 없는 관광중심 국가들은 입국장 면세점이 문제되지 않는다.

국제공항일수록 출입국 기본업무가 중요하다.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여행객의 절대다수가 원하는 입국?면세점 도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다섯 차례나 법안을 발의했다가 폐기를 반복한 이유를 생각해 보자. 과연 국민의 다수 뜻인지, 아니면 면세점의 역기능에 대한 인식 없이 해외여행의 기회를 누리는 일부 계층만의 희망사항인지 엄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또한 공항 입국절차는 '입국심사- 수하물 회수- 면세품 신고' 등의 순으로 열린 공간에서 최단 동선에 따라 물 흐르듯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도착하는 여행객이 짐을 찾아 쇼핑공간으로 이동하는 순간 공항의 보안은 어려워진다. 면세점 공간 내에 입국여객들이 섞이면서 마약을 비롯한 밀수품, 테러물품의 전달과 은닉이 가능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베트남의 관문인 호치민공항과 하노이공항 등은 이와 같은 이유로 입국장에서 운영하던 면세점을 폐쇄했다. 물론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세계적 허브공항은 입국장에 면세점이 없다. 해외여행객의 면세품 구매욕구보다는 조세의 형평성과 출입국업무의 수행이라는 국제공항 본래의 기능을 우선해야 할 이유들이다. 면세점에 의한 공항의 혼잡도 결국은 여행객들의 불편으로 되돌아온다. 남북한 긴장 속에 공항의 보안이 중요한 시기에 관세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 논쟁이 정말 필요한 지, 되묻고 싶다.

"외화 획득·일자리 창출 등 순기능 더 커 국민 80%가 찬성… 해외 성공사례 많아"

●찬성, 윤유식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

내국인의 해외소비 경감 효과관광수지 흑자 전환 기여 기대첨단장비로 보안문제 극복 가능

해외여행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출국 심사를 통과한 후 비행기 시간에 쫓기어 공항 면세점을 정신 없이 둘러보고 가까스로 비행기를 타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한 공항 면세점에서 구매한 물건들을 귀국할 때까지 여행 내내 짐스럽게 가지고 다니면서 '왜 우리나라는 입국할 때 외국처럼 입국장 면세점이 없을까'하는 의아한 생각을 가져봤을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관광객은 1,114만 명이고, 해외로 나간 내국인도 1,373만 명에 이른다. 국민 4명 중 1명이 해외를 여행하는 시대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해외관광 활동 중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쇼핑(69.5%ㆍ한국관광공사 2008년 자료)이며, 외래 관광객이 한국 방문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도 쇼핑(66.6%)이고, 방한 중에 가장 많이 하는 활동 역시 쇼핑(62.5%ㆍ한국관광공사 2010년 자료)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쇼핑은 관광활동에 있어서 누구든지 즐기고 경험하고 싶은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입국장 면세점은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에서의 첫 관광활동을 제공해주며, 우리나라에 대한 첫인상과 전통문화, 산업발전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방한외국인들이 지출하는 쇼핑비용(1인당 연간 평균 미화 10달러 지출 시 한화 약 1,100억원)은 외화획득 및 쇼핑관련 산업발전과 일자리 창출,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의 경제적, 사회적 효과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내국인 관광객이 입국 시 지출하는 쇼핑비용(1인당 평균 연간 미화 10달러 지출 시 한화 약 1,300억원)을 합한다면 더 많은 파급효과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입국장 면세점 설치는 또한 내국인이 해외에서 카드나 현찰로 사용하는 외화소비를 다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결과적으로 관광수지 적자(2007년 108억 달러, 2012년 15억 달러)를 흑자로 전환시킬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입국장 면세점 설치에 따른 제도적, 관리적 어려움(입국지연과 공항혼잡, 조세형평성, 과소비조장, 보안 및 위법행위, 면세제도 입법취지 등)은 발전하고 있는 한국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과거 수십 년 전의 해외여행에 대한 인식이 미성숙한 시점에 수립한 입법취지나 권고기준에서 야기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일시에 비행기에 내려 입국심사를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중 일부가 쇼핑을 한다면 입국혼잡이 오히려 완화될 수 있으며, 휴대품 면세한도가 출국 시와 동일하게 미화 400달러로 제한한다면 과소비조장 및 조세형평성문제는 현재의 국민 경제력을 고려해 볼 때 다소 미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보안 및 위법행위관리 어려움은 현재 공항이용객 3,900만명을 넘는 시점에 물리적인 육안으로 검사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2중 3중의 보안장치 및 최첨단시스템 장비를 활용하여 감시를 해야 할 것이다.

입국장 면세점 설치는 국민 대다수(2002년 이후 9회 설문조사, 80%이상 설치찬성)가 원하고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싱가포르 및 홍콩 등 해외 많은 국가(62개국 116개 공항)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진정한 공항 서비스 1위 완성을 위하여 꼭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입국장 면세점 설치에 따라 제기되는 문제점은 기존 해외공항들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연구 및 사례조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또 제한적인 손실보다 포괄적인 이득이 더 크다는 점에서 극복 할 수 있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국민의 행복증진 및 경제성장을 위하여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협업과 논의가 필요하다.

입국장 면세점 설치는 창조경제에 있어서 관광선진국을 이룩하고 우리나라 전통과 문화를 소개하며 발전하는 산업상을 알릴 수 있는 문화 창조의 공간으로 반드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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