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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숨어 테러라도 한다면…" 보안 허술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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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숨어 테러라도 한다면…" 보안 허술 비난

입력
2013.04.1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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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여성 3명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잠입 및 밀입국 시도(본보 16일자 8면)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항공사와 항공당국의 허술한 보안 체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아시아나항공 B747-400 여객기에 숨어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다 미 항공당국에 적발된 중국 여성 3명은 지난달 27일 타이항공 편으로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20~30대인 중국인 여성들은 국내에 온 당일인 지난달 27일 오후 8시쯤 인천공항발 홍콩행 아시아나 여객기에 타 꼬리날개 쪽 승무원 휴게실에 잠입, 배선 통로 문을 뜯고 들어가 숨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B747-400을 보유하고 있는 한 항공사 관계자는 "여객기 1층 짐칸으로 연결되는 배선 통로는 좁아서 사람 3명이 장시간 머물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이 홍콩에서 일본 나리타공항을 거쳐 인천공항으로 되돌아온 뒤 다시 미국 로스앤젤레스(LA)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최소 30시간을 숨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승무원 휴게실이나 1층 짐칸을 자유롭게 오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정비사들만 이용하는 배선 통로는 문에 잠금장치가 따로 없어 보안스티커를 붙여 출입 여부를 알 수 있게 해야 하는데도 아시아나 측은 이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는 뒤늦게 국적 항공사들에 승무원 휴게실 잠금장치 의무화와 보안스티커 부착 개선을 지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5년 이상 노후한 여객기는 승무원 휴게실의 잠금장치가 쉽게 풀리기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객기가 공항에 도착한 뒤 실시하는 보안검색은 유명무실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국토부와 아시아나 측은 규정대로 보안검색을 했다는 입장이지만 홍콩 첵랍콕 공항과 일본 나리타 공항, 인천공항에서 실시한 검색에서 중국인들은 발견되지 않았다. 인천공항의 한 보안 관계자는 "국토부와 항공사의 여객기 보안검색 체크리스트에는 승무원 휴게실이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휴게실을 점검했다면 중국인들을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인들의 밀입국 시도에 여객기 내부 구조와 운항 일정을 잘 아는 전문 브로커가 개입했을 가능성도 크다. 승무원 휴게실이 설치된 아시아나 여객기는 B747-400과 B777-200 2종뿐이며 내부 구조도 각기 다르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정비사 출신도 도면을 보지 않고는 승무원 휴게실에 배선 통로가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며 "일반인들이 보면 소방장치 정도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한 중국 남성이 중화항공 여객기 내 승무원 휴게실 천장에 16시간 동안 숨어서 중국, 대만을 거쳐 미국에 밀입국하려다 적발됐을 때도 항공사 내부직원의 공모 가능성이 제기됐다.

아시아나 측은 현재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중국인들의 신원, 사진 등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이번 사건 경위와 책임 문제에 대해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한 아시아나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어떻게 여객기에 잠입했는지 알지 못한다"며 "미 당국 측의 조사 결과를 기다린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만 말했다.

시민 K(51ㆍ회사원)씨는 이에 대해 "만약 항공기에 잠입해서 테러라도 시도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도 안 된다"며 "항공사와 당국의 어이없는 보안 실태와 무책임한 태도에 말문이 막힌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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