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15일 장관들의 재산을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달 초 제롬 카위작 전 예산장관이 20여년 간 60만유로(8억7,000만원) 상당의 해외 비밀계좌를 보유했다고 인정하자 도덕성에 타격을 입은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가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내놓은 조치다.
이날 정부가 개설한 웹사이트(www.declarations-patrimoine.gouvernement.fr)에는 장 마르크 애로 총리와 37명의 장관들의 부동산과 예금, 고가의 미술품, 가구, 자동차, 주식 등 재산 내역이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애로 총리와 로랑 파비위스 외무장관, 미셸 들로네 고령자 담당 장관, 미셸 사팽 노동장관, 마리솔 투랭 사회복지장관, 아르노 몽트부르 산업장관 등 8명이 부자세 부과 한도인 130만유로(18억9,900만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607만유로(88억원)로 재산이 가장 많은 파비위스 장관은 파리의 아파트 등 부동산 3채(390만유로)와 유명 미술상이었던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고가의 미술품 등을 갖고 있다. 애로 총리는 총 재산 155만유로(22억원)와 1988년식 폴크스바겐 밴(1,000유로)를 신고했다. 한국계 입양아 출신인 플뢰르 펠르랭 중소기업혁신디지털경제 장관은 파리 외곽에 44만유로(6억4000만원) 상당의 건물과 5,893유로(850만원)의 예금, 2011년식 시트로앵 한 대(1만1,000유로)를 보유하고 있다.
일부 장관들은 재산이 적어 오히려 눈길을 끌었다. 나자 발로드 벨카셈 정부 대변인이자 여성인권장관은 부동산은 한 채도 없고, 은행예금 10만6,000유로(1억5,000만원)과 2008년식 스쿠터 한대만 갖고 있는 것으로 신고했다. 오렐리 필리페티 문화장관은 71㎡의 파리의 작은 아파트와 약간의 예금만 신고했다. 피에로 모스코비치 재무장관은 재산이 26만8,000유로(3억9,000만원)에 불과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117만유로(17억원)를 신고해 이번 재산공개 명단에서는 빠졌다.
사생활 보호에 엄격한 프랑스에서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을 공개한 것은 드문 일이다. 잇따른 추문으로 여론의 지지도가 크게 떨어진 올랑드 정부는 의원들을 비롯, 고위 공직자의 재산 공개를 의무화하는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나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는 "고위 공무원들의 재산을 공개한다고 해서 카위작 스캔들이 잠잠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클로드 바르톨론 사회당 하원의장도 "재산 공개 방침은 관음증"이라며 "재산 공개가 신뢰를 회복하는 최적의 방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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