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이웃 아저씨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잔혹하게 살해당한 경남 통영시의 한아름(당시 10세ㆍ초등학교 4학년)양. 한 양은 어려서 부모가 이혼했고, 열 살 많은 오빠는 일에 지쳐 돌봐줄 겨를이 없었다. 지역 아동센터의 손길도 미치지 못하는 등 돌봄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한 양은 결국 이웃집 아저씨에 의해 비극적인 죽음을 맞아야 했다.
한 양과 같은, 초ㆍ중학생 한부모 자녀의 절반 이상이 돌봐주는 어른 없이 지내는 시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자(父子) 한부모의 경우 모자(母子) 한부모보다 자녀를 홀로 두는 비율이 높았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전국 한부모 가족 2,522가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 이같이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조사결과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부모의 52.7%가, 중학생 자녀를 둔 한부모의 56.2%가 평소 자녀가 돌봐주는 어른 없이 보내는 시간이 있다고 응답했다. 2009년 일반가정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초등학생(고학년) 자녀를 둔 부모의 44.4%,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의 40.7%가 자녀가 돌봐주는 어른 없이 보내는 시간이 있다고 대답했다. 심지어 미취학 자녀를 둔 한부모 중에서도 10.1%가, 자녀가 돌봐주는 어른 없이 지내는 시간이 있다고 응답했다. 부자 한부모 가족의 경우 이 비율이 78.7%(초등학생), 67.9%(중학생)에 이르렀다. 자녀가 혼자 보내는 시간은 미취학자녀 2.8시간, 초등생 3.7시간, 중학생은 3.6시간이었다. 한부모의 경우 노동시간도 길었는데, 취업 한부모의 51.4%가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었고, 43.1%가 오후 7시 이후 퇴근했다. 철야 등으로 오전에 퇴근하는 경우도 5.9%나 됐다.
한부모가 된 후 겪게 된 어려움에 대해 경제적 어려움(62.7%)을 꼽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모자 한부모의 경우 78.9%가‘경제적 어려움’을 꼽았으나, 부자 한부모의 경우 42.6%만 그렇다고 응답했다. 반면 부모 역할 수행을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을 꼽은 모자 한부모는 9.4%에 불과했으나 이를 꼽은 부자 한부모는 38.1%에 달했다. 자녀와의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응답한 부자 한부모는 38.9%, 모자 한부모는 24.5%였다.
한부모 가족 중 모자 가구는 63.1%, 부자 가구는 36.8%로 조사됐다. 이들의 월 평균소득은 172만원으로 전체 가구평균소득(353만원)의 48.7% 수준이었다. 특히 모자 한부모 가족의 월 평균 소득은 142만원으로 차상위계층을 간신히 면하는 정도였다. 부자 한부모 가족의 월 평균 소득은 191만원이었다.
김은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개 홀로 생계를 책임지는 한부모의 경우 퇴근 시간도 늦어 자녀들의 돌봄 공백 상태가 심각했다”며 “아이돌보미 사업확대 등 저소득 한부모 가족 자녀들의 돌봄 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 정책 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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