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16일 역대 두 번째인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내놓았는데도 장중 코스피지수 1,900선이 무너졌다. 5개월 만에 처음이다. 글로벌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중국 경제가 동력을 잃어가는데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악화 쇼크까지 더해진 결과다. 북한 리스크가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뚜렷한 반등 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당분간 불안한 증시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76포인트(0.09%) 오른 1,922.21로 마감했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발표에도 장중 1,896.69까지 밀리는 등 불안한 장세를 이어갔다. 코스피가 장중 1,900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작년 11월 23일(1,894.58) 이후 5개월 만이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락팀장은 "추경 편성이 증시 반등 요인이긴 하지만 이미 내용이 많이 알려진데다, 경기부양 효과를 놓고도 논란이 많아 지수 반등을 이끌기엔 한계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날 증시는 '차이나 쇼크' 등 대외 요인에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전날(15일)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7.7%)이 예상치인 8%선에 미치지 못한데다, 3월 중국 산업생산도 8.9% 증가(전달 대비 1.0%포인트 감소)에 그쳐 전 세계가 '차이나 쇼크'에 휘말렸다. 실제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가 265.86포인트(1.79%) 급락한 1만4,599.20를 기록하는 등 올 들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고, 유럽 주요 증시도 모조리 하락했다.
미국은 건설업계의 경기 기대감을 나타내는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 주택시장지수마저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미국이 예상보다 저조한 경기지표를 내놓아 세계 증시가 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코스피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1,900선을 기준으로 바닥심리를 보이고 있고 북한 리스크, 엔저 현상 등도 완화돼 다른 악재만 부각되지 않으면 이탈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는 변수는 '어닝 쇼크'다. GS건설이 1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영업이익 578억)과 달리 적자 전환(영업손실 5,354억원)한 것으로 공시하면서 건설업 등 주요 상장사의 실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섬유의복과 전기전자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이 실적악화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예정된) 다음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며 "국내 증시가 어닝 쇼크를 이겨낸다 해도 지수 상승을 이끌만한 특별한 호재가 부재한 상황이라 강한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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