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마라톤대회 테러 목격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굉음을 동반한 폭발이 10여 초 간격으로 두 차례 일어났고 폭발 직후 흰 연기가 피어 올랐다. 이로 인해 20여명이 팔다리가 절단되는 등의 중상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토대로 테러에 사용된 폭발물은 파이프폭탄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파이프폭탄은 배관용 파이프 등을 외장재료로 이용하는 급조폭발물(IED)의 일종으로, 영화촬영 현장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IED는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고 제조법도 간단하기 때문에 이를 막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국무부 외교경호실에 근무했던 폭발물 전문가 프레드 버튼은 "폭발 직후 영상을 확인한 결과 연기기둥 형태가 고성능 파이프폭탄이 터졌을 때와 유사하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에 말했다. 그는 "파이프폭탄 제조에는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지만 제대로 작동하려면 어느 정도 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폴 펜월드 연방수사국(FBI) 폭발물 수사관은 "흰 연기가 난 것은 흑색화약을 채운 폭탄을 사용했다는 증거"라며 "신체손상 환자가 속출한 것으로 미뤄볼 때 매우 폭발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군대나 국제테러 조직이 흔히 쓰는 고성능 폭탄 C4(콤포지션4ㆍ일명 플라스틱 폭탄)는 폭발할 때 검은색 연기가 난다고 설명했다.
질산칼륨, 황, 목탄을 섞어 만든 흑색화약은 비교적 폭발력이 낮아 파이프 폭탄 등 비군사용에 주로 쓰인다. 그러나 밀폐된 고강도 외장재를 사용하면 흑색화약으로도 파괴적인 위력을 낼 수 있다.
빌 키팅 민주당 하원의원 등은 정교하고 조직적인 테러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IED가 사용됐다면 단독 범행일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직 FBI 폭발물 수사관인 케빈 마일스는 "역사상 많은 폭탄 테러가 단독 범행이었고 이번 사건 역시 혼자서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수사당국은 수거된 폭발물 잔해와 터지지 않고 발견된 다른 폭발물들을 정밀 감식해 정확한 제원을 밝힐 계획이다. 특히 원격조종장치나 타이머의 잔해가 발견될 경우 테러 배후에 관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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