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류현진(26ㆍLA 다저스)의 적응력은 남달랐다. 데뷔전에만 긴장했을 뿐 두 번째 등판부터는 경기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다.
성적도 빅리그 1년 차라고 보기엔 놀랍다. 3경기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은 2.89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국내 무대를 거쳐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류현진. 그가 성공 시나리오를 써 나가고 있다.
류현진이 시즌 초반 연착륙에 성공하면서 사상 첫 한국인 신인왕이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류현진은 출국 전 "박찬호 선배의 아시아 투수 최다승 기록(124승)을 깨고 싶다"면서 "신인왕에도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아직 이른 시점이지만, 지금의 페이스라면 꼭 불가능 한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점이 고무적이다. 류현진은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첫 등판인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가 끝난 뒤 "다음부터는 이기는 모습만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몸쪽 공을 좀 더 많이 던지겠다. 타자들이 공격적이다 보니 초구부터 조심해서 던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특히 무성의 한 주루플레이를 반성하며 "체력 안배 차원에서 천천히 뛰었는데 큰 잘못이라고 반성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곧바로 행동에 옮겼다. 8일 피츠버그전, 14일 한ㆍ미 통산 100승을 따낸 애리조나전 등 잇달아 이기는 모습만 보여줬다. 또 마운드에서 몸쪽 승부를 적극적으로 했고 타석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9번 타자 역할을 확실히 했다.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16일 "앞선 3경기 중 애리조나전이 최고의 피칭이었다. 1회를 깔끔하게 넘기다 보니 자기 페이스대로 경기를 끌고 갔다"며 "직구가 낮게, 그리고 몸쪽으로 잘 형성됐다. 타석에서도 상대 투수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잘 받아 쳤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이날 현재 삼진 부분 공동 12위에 올라 있다. 18.2이닝 동안 20개의 삼진을 기록하며 9이닝당 삼진수가 9.64개다. 이는 통산 5차례 삼진왕 타이틀을 따냈던 국내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는 수치. 류현진 보다 삼진이 많은 투수는 다르빗슈 유(28개ㆍ텍사스), A.J 버넷(27개ㆍ피츠버그) 등 11명이다.
류현진은 20일 오전 8시5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오리올파크에서 열리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인터리그(리그 교류전)에서 시즌 3승에 도전한다. 볼티모어 선발은 지난 2006년 빅리그에 데뷔, 탬파베이와 콜로라도 등을 거친 오른손 에이스 제이슨 하멜(2승1패ㆍ4.34)이다. 주눅들지 않고 자기 공만 뿌린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다. 평균자책점은 류현진이 더 좋다.
그래도 타선은 조심해야 한다. 매니 마차도(3루수), J.J. 하디(유격수)는 막강한 파워를 갖추고 있다. 크리스 데이비스(1루수), 닉 마커키스,·애덤 존스(이상 외야수)는 힘과 기교를 겸비한 타자들이다. 볼티모어는 간판 스타가 없음에도 지난해 화끈한 공격력을 앞세워 1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류현진은 14일 시즌 2승을 따낸 뒤 "다음 등판에서는 실점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가 볼티모어 강 타선을 상대로 다시 한 번 약속을 지킬지 관심을 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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