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에 걸려 폐사한 흑염소 등이 불법 도축된 뒤 시중에 버젓이 유통된 것으로 확인돼 음식물 안전에 또 한번 비상이 걸렸다. 특히 불법 도축된 흑염소는 광주ㆍ전남 지역 유통물량의 70%에 달한 것으로 추정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질병 등으로 폐사한 흑염소 등을 불법 도축해 식당 등에 유통시킨 혐의(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로 이모(53)씨 부부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22일 이씨 부부의 불법 도축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염소탕용 흑염소에서 질병 감염 징후를 포착했다. 경찰이 뒤늦게 '병든 흑염소'에 대한 수사에 나섰지만 병든 흑염소 등은 이미 2년 전부터 시중에 팔린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씨 부부가 광주 광산구 운남동 풍영정천 공원부지에 1,280㎡(380여 평)의 비닐하우스 흑염소 축사와 불법 도축시설을 설치한 뒤 흑염소를 밀도축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7월 중순. 이씨 부부는 비닐하우스 내에서 직접 흑염소를 300~400마리씩 키우면서 밀도축까지 한 뒤 광주ㆍ전남지역의 유명한 흑염소 식당 27곳에 염소탕용 등으로 40㎏ 1마리 당 40만원(평균 가격)을 받고 납품했다. 또 이씨 부부는 광주지역 건강원 60곳에도 불법 도축한 흑염소를 공급해왔다. 경찰은 식당과 건강원 업주들로부터 "이씨 부부가 불법 도축한 흑염소를 공급 받아왔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씨 부부가 지난달 말까지 2년 가까이 밀도축해 시중에 유통시킨 흑염소는 3,598마리(143톤)로, 이를 시가로 따지면 14억여 원에 달한다. 이 중에는 질병에 감염돼 폐사하거나 병에 걸린 흑염소도 상당량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경찰은 이씨 부부의 불법 비닐하우스 도축장 내 냉동창고에서 압수한 병든 흑염소에 대해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질병 확인 절차 등을 거쳐 질병 감염사실이 최종 확인되는 대로 이씨 부부를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씨 부부가 공급한 염소탕ㆍ염소전골ㆍ염소수육용 흑염소는 광주지역 흑염소 유통 물량의 절반을 넘었던 것으로 전해져 병든 흑염소 등에 대한 불법 유통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도축업계는 매월 광주ㆍ전남지역에서 불법 도축되고 있는 흑염소 2,000여 마리 중 절반 가량을 이씨 부부가 유통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광주ㆍ전남지역에는 정식 허가된 흑염소 도축장은 3곳이지만 이중 1곳만이 실제 운영되고 있다. 이 도축장은 이 지역 식당 등에 전체 흑염소 유통물량의 30%를 공급하고 있다. 경찰은 나머지 유통물량 70%는 불법 도축돼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광산경찰서 노광일 지능팀장은 "식당 등에 공급되는 흑염소 가격은 이씨 부부가 결정할 정도로 이씨 부부의 불법 도축 및 유통량은 엄청났다"며 "불법 도축한 흑염소를 공급받은 식당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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