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일했던 비정규직 노동자가 지난 15일 자살한 데 이어, 16일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며 분신을 시도했다.
기아차 광주공장 비정규직노조 조직부장 김모(37)씨는 이날 오후 3시5분쯤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생산 2공장 북문 안쪽에 있는 농성 천막 앞에서 분신을 시도했다. 김씨는 천막 안에서 동료 조합원 2명과 대화하던 중 갑자기 가지고 있던 시너를 몸에 붓고 뛰어나가 오후 교대근무를 위해 출근하던 직원들을 향해 "비정규직 철폐하라"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구호를 외친 후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동료들이 소화기와 담요 등으로 급히 불을 꺼 김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얼굴과 팔 등에 3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김씨는 2월 중순부터 사측이 생산 2공장의 증산, 생산직 직원 신규 채용 방침을 정하자 비정규직 우선 채용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을 주도해왔다. 최근 기아차 노사가 생산직 신규 채용 시 25년 장기근속자와 정년퇴직자의 직계 자녀에게 부여하는 가산점을 확대키로 합의하자 비정규직노조는 "(정규직) 노조의 일자리 세습"이라며 반발해왔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노조 조합원 분신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기아차 측에 있다"며 "비정규직의 희생을 외면하지 말고 신규 직원 채용 시 비정규직을 우선 채용하라"고 촉구했다.
전날에는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단기계약직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1월 계약 해지 후 실업 상태로 지내던 공모(29)씨가 울산의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지인들에 따르면 공씨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지난해 8월 파견법 개정에 앞서 불법파견 소지를 없애기 위해 한시 하청 노동자 1,400여명을 3~6개월 촉탁계약직으로 직접 고용했다.
금속노조는 "공씨의 죽음은 불법파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피하려고 현대차가 실시한 '촉탁직 기간제' 고용 때문"이라며 "현대차는 불법파견 은폐를 중단하고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불법파견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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