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하루 만에 10% 가까이 폭락하며 온스(28.35g)당 1,500달러 대에서 1,300달러 중반대로 떨어졌다. 일일 종가 기준으로 33년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최근 10년간 이어져 온 국제 금값의 상승랠리가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금 선물 6월물 가격은 전날 대비 140.30달러(-9.34%) 폭락한 온스당 1,361.1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락폭은 1980년 3월 17일 이후 최대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약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이날 국제 금값은 2011년 9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온스당 1,920.30달러와 비교하면 30%가량 떨어진 수준이다.
국제 금값이 순식간에 대폭락한 것은 그 동안 인도와 함께 가장 많은 금을 꾸준히 사들여 온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해 금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당초 중국 경제가 미국 경제를 앞지르면서 인민화와 달러화가 국제 기축통화 지위를 놓고 패권을 다툴 경우 시장이 혼란스러워지면서 금값이 크게 뛸 것이라고 예측해 왔다.
그러나 이런 분석이 중국의 성장세 둔화로 산산조각 난 것이다. 실제 중국 국가통계국이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시장 전망치인 8%보다 낮은 7.7%로 발표한 것이 국제 금값의 폭락을 촉발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최근 구제금융을 받은 키프로스가 중앙은행에 적립해둔 금을 매도해 현금을 충당하려는 계획을 발표, 시장에 부담을 준 것도 금값 폭락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매각량은 많지 않더라도 재정위기에 빠진 남유럽 국가들이 연쇄적으로 금을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심리적 우려도 금값 폭락을 부추겼다. 국제 금값은 12일 키프로스 영향으로 이미 4% 넘게 급락했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금 가격이 온스당 1,200달러 대까지도 갈수 있다는 극단론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금값이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선뜻 주문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게 이유다. 골드만삭스는 "국제 금값의 10년 상승랠리가 조정기를 거칠 수 있다"며 "금값 사이클의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