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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왕” 아파트 설계까지 바꾼다

입력
2013.04.1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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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남건설, 견본주택 방문객 800명 얘기 듣고 새로 견본주택 제작, 반도건설, 자사 아파트 입주민 설문조사 결과 설계 때 적용

우남건설은 올해 1월 말부터 3월까지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고양 삼송 우남퍼스트빌’(611가구)의 모델하우스 전시장을 열었다가 이달 초 문을 닫았다. 방문객들의 의견을 반영한 새로운 견본주택을 지어 5월초 재개장하기 위해서다. 3월말까지 방문객 800여명으로부터 들은 의견을 취합해 붙박이장을 돌출형에서 매립형으로 바꿨고(사진 참조) 방 크기도 넓혔다. 여기에 드는 비용이 3억원에 달한다. 우남건설 관계자는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견본주택부터 새로 만드는 것은 업계 최초”라고 설명했다.

아파트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입김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참고사항에 머물던 소비자들의 견해가 지금은 최우선적으로 설계에 반영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아파트 시장에서도 “고객은 항상 옳다”는 금언이 통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16일 건설업ㆍ분양업계에 따르면 동탄2기신도시에서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를 분양한 반도건설도 기존 고객의 의견을 설계에 대폭 반영했다. 동탄1기신도시 ‘월드반도유보라’(1,473가구) 입주자 200명을 대상으로 거주만족도 조사를 거쳐 이를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설계에 적용한 것. 월드반도유보라 입주 주부들은 특색 있는 주방과 넉넉한 수납 공간을 원했는데, 이에 따라 주방에 9.9㎡(3평) 규모의 알파룸(다용도 별도 공간)을 배치했다. 또 2층짜리 별도 도서관을 지은 것도 교육을 중시하는 입주자의 의견에 따른 것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는 계약률이 95%에 달하는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시행업체인 피데스개발은 2011년 11월 전남 목포시에서 분양한 ‘우미 파렌하이트’에 사랑채를 도입했다. ‘우미 파렌하이트’ 1, 2차 단지 입주자 설문조사를 통해 전통문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목포의 지역특성을 확인한 것이다. 분양 결과 548가구가 12일 만에 모두 분양됐다. 132㎡(40평형)과 151.8㎡(46평형)이 공급됐는데 151.8㎡는 90%가 사랑채를 선택하는 등 전체 가구의 60~70%가 사랑채가 있는 집을 원했다. 평균 분양가가 3.3㎡당 655만원으로 목포에서 최고 가격이었지만 분양의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연구소장은 “입주자의 선호도를 설문조사를 통해 미리 파악했기 때문에 설계 방향을 분명하게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비자 중심의 분양 전략은 대형 건설사보다는 중견 건설ㆍ시행사에서 더 적극적이다. 중견건설사들은 건설물량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지역적 특성과 소비자들의 의견이 반영된 맞춤형 설계가 더 쉽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요자 요구에 맞추기 위해 소형 평수에도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도록 베란다 확장을 기본으로 한 평면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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