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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톡. Talk] 전시품 채어갈라… IT업계 '독수리' 경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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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톡. Talk] 전시품 채어갈라… IT업계 '독수리' 경계령

입력
2013.04.1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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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한테 당했습니다."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폐막한 서울국제사진기자재전(P&I)에 참가한 즉석카메라 업체 한국후지필름 관계자의 하소연입니다. 독수리란 IT업체들 사이에 전시품을 훔쳐가는 도둑들을 지칭하는 은어입니다. 독수리처럼 채간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지요.

요즘 IT업계가 도난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전시회나 판매장에서 설치된 제품을 집중적으로 노린다는 것인데요. 후지필름의 경우 이번 P&I에서 3대의 즉석카메라를 도난당했습니다. 단순 분실이 아니라 도난이라고 확신하는 까닭은 훔쳐가지 못하도록 접착식 잠금장치까지 해놓았는데, 도둑이 이를 떼어냈습니다.

후지필름 뿐만이 아닙니다. 이통사들도 판매장에서 휴대폰 도난 사고가 심심찮게 일어난다고 합니다. 도둑들은 잠금장치가 부착된 휴대폰 배터리 케이스만 빼놓고 가져가는 수법을 많이 씁니다. 휴대폰 액세서리 업체들의 경우 대형마트에서 일어나는 도난율이 8%에 이른다고 합니다.

하도 도둑이 극성을 부리다 보니 전시회에 참가하는 일부 업체들은 '독수리 경계령'을 내렸습니다. 전시장의 경우 행사 진행을 돕는 도우미들이 있는데, 이들은 전시회를 많이 다녀 수상한 사람을 대번에 알아본다고 합니다. 최근 모 전시회에 참가한 전자업체는 행사 도우미가 사전에 '독수리' 의심 신호를 보내 현장에서 도난 사고를 막은 적이 있습니다.

문제는 도난 사고가 개인이 저지르는 생계형 범죄가 아니라 조직형 범죄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접착식 잠금장치는 떼어내면 내부에서 철심이 튀어나와 경보를 울리는데 소리 없이 떼어가는 전문적인 수법이나, 포장이 없어 새 제품으로 팔 수 없는 전시품을 한꺼번에 여러 대씩 가져가는 것들이 그런 의혹을 짙게 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누군가 전시품을 집중적으로 사주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도난, 장물 매입, 다시 해외 판매 등의 체계를 갖춘 조직으로 의심된다"고 말했습니다. 전시회에 참가하는 업체들은 이제 치열한 제품 홍보 못지 않게 도난 감시에도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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