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대북특사 파견과 북미간 접촉 재개를 시사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직접 대화할 뜻을 밝혔다고 미국 언론들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는 한국, 중국에 이어 일본을 방문 중인 케리 장관이 도쿄에서 수행기자들과 가진 별도 간담회에서 "북한 지도자와 협상하기 위한 대리인을 보내거나 외교적 막후 채널을 통해 북한과 직접 대화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케리 장관의 발언은 최근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 발사를 취소하고 대북 강경발언을 자제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한반도 위기 국면을 전환시키는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케리 장관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핵무기 개발 포기를 위한 첫 조치를 취하면 그에게 손을 뻗을 준비가 돼 있다"며 "과거 북한과의 협상 실패가 (내가) 또 한번의 (협상) 시도를 하는 것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해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보였다. 케리 장관은 지금까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미국인 중 최고 유명인사가 프로농구 선수 데니스 로드맨이라는 사실에 대해 "앞으로는 좀더 전통적인 방식인 특사 파견을 통해 북미 접촉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그러나 대북 특사 파견 등을 통한 직접 대화를 위해서는 "적절한 시기와 적절한 환경이 필요하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북한은 선의를 보여주면서 우리가 더 이상 주변을 맴돌게 하지 말아야 한다"며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진지한 의지를 시사해왔고 또 그리 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강조했다.
케리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미사일방어(MD) 체계의 일부 철회를 언급하며 중국에 북핵 포기 중재를 요구한 것에 이은 또 다른 파격으로 해석된다. 케리 장관도 지나친 파격이자 저자세라는 일각의 지적을 의식한 듯 특사 파견 등 북미 직접 접촉에 대해 "개인적으로 말하는 것"이라고 밝혀 현 단계에서는 비공식적으로 추진할 뜻임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국무부 관리는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북미대화를 제의하지 않았다"며 "북한이 긍정적 방향으로 움직일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으며 직접대화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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