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여성 3명이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아시아나 항공기 천장에 숨어 홍콩, 일본을 거쳐 인천공항으로 되돌아온 후 다시 미국 로스앤젤레스(LA)공항으로 가 밀입국하려다 미 항공당국에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 항공당국과 아시아나항공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미 항공당국으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통보받고 뒤늦게 사태 파악과 수습에 나섰다. 대형 사고로 직결될 수도 있는 항공 보안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이다.
15일 국토교통부와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중국인 여성 3명은 지난달 27일 오후 8시쯤 인천공항을 출발한 홍콩 첵랍콕공항행 아시아나 B747-400 항공기에 탑승했다. 이들은 인천공항 환승객 신분으로 정상적인 홍콩행 항공권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들이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것만 확인됐을 뿐 어떤 항공편을 이용해 들어왔는지 등 경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의 항공권을 발급하고 항공기에 탑승시킨 아시아나항공 측은 이들의 신원과 환승 경로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중국인들은 홍콩에 도착한 뒤 승객들이 내리는 틈을 타 항공기 1층 일반석 후미에 있는 승무원 휴게실 천장에 숨은 것으로 추정된다. 승무원 휴게실은 평소 승객들이 드나들 수 없도록 잠금장치가 돼 있지만 중국인들이 숨어들 당시에는 잠겨 있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이 항공기는 홍콩에서 일본 나리타공항을 거쳐 28일 인천공항으로 돌아왔고, 다시 이날 오후 5시쯤 미 LA공항으로 떠났다. 이 과정에서 항공기 보안 책임이 있는 항공사 측은 지상에서 최소 3차례 기내에 이상 물체 등이 있는지 확인했지만 숨어있던 중국인들을 찾아내지 못했다. 중국인들은 미 LA공항에 도착한 뒤에야 미 항공당국에 의해 발견됐다. 이들은 현재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에 붙잡혀 조사를 받고 있다.
항공보안 전문가들은 "중국인들이 B747-400 등 일부 대형 항공기에만 설치된 승무원 휴게실 천장을 잠입 장소로 정할 정도로 항공기 내부 구조와 운항 일정을 잘 알고 있었다는 점 등으로 볼 때 전문 브로커 등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런 대형 항공기는 국적기의 경우 대한항공이 5종, 아시아나항공이 2종 운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 같은 잠입 루트가 항공기 폭발물 테러 등에 악용될 경우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B747-400 기종의 경우 승객이 최대 360여명 탑승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러나 "항공사 측이 보안 절차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확인하겠다"면서도 "승무원 휴게실은 항공기 테러가 일어날 징후가 보일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안 수색 대상에서 빠지기 때문에 항공사에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발 방지를 위해 승무원 휴게실에 대한 보안 점검을 운항 전후에 실시하도록 했고 휴게실 출입문 잠금도 의무화했다"며 "미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추가 보완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승객이 승무원 휴게실에 숨어 밀입국한 경우는 처음이라 어떻게 들어갔는지 등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다른 항공기를 이용할 수도 있었다는 점으로 볼 때 우리도 피해자 입장"이라며 "미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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