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의 회동으로 모처럼 훈풍이 돌던 정국에 윤진숙(사진)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임명 문제로 다시 긴장이 흐르고 있다. 청와대가 윤 후보자 임명 방침을 굳히고 사실상 임명 절차에 들어갔으나, 민주통합당은 윤 후보자 임명 강행 시 16일로 예정된 국회 상임위 야당 간사단의 청와대 만찬에 불참하겠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15일 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해 16일까지 송부해 달라는 재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여야의 이견으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윤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기 위한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인사청문회법상 국회가 국무위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보고서 송부를 재요청한 뒤 임명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청와대가 특히 재요청 기간을 1일로 정한 것은 금주 내로 임명 절차를 완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자도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17년 간 해양수산 관련 연구 활동을 해왔고 정책 입안 과정에도 많이 참여해 문제가 없다"며 장관직 수행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윤 후보자가 식물 장관이 될지 우려된다'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서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 같은 청와대의 움직임에 대해 민주당은 지난 청와대 만찬 회동에서 인사 실패에 대해 사과했던 박 대통령의 진정성을 거론하며 강력 반발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대통령은 야당과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여 윤 후보자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며 "그래야 대통령 사과의 진정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박 대통령을 압박했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도 "박 대통령이 16일 국회 상임위 야당 간사단을 만찬에 초청했는데, 윤 후보자를 임명할 경우 소통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청와대에 들어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지난 12일 청와대 만찬 회동에서 박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가 국정 동반자 관계를 약속하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윤 후보자 문제로 다시 냉기류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설훈 비대위원은 "박 대통령이 윤 후보자를 사퇴시키지 않으면 12일의 만찬은 별로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은 윤 후보자가 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하면서도 대통령의 뜻이 확고한 것으로 알려지자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야당과 모처럼 화해 무드가 조성됐는데, 윤 후보자 임명 건으로 다시 경색될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국가인권위 기능 상실 및 위상 추락 논란을 빚은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사퇴도 요구하고 나섰다. 정성호 대변인은 "청와대가 현 위원장에게 수차례 사퇴를 권고했다가 지난 3월 말 돌연 입장을 바꿨다고 한다"며 "청와대가 이명박정부 5년간 유명무실한 상태에 빠진 인권위를 방치한다면 명백한 책임 방기"라고 주장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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