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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협상실패가 장애 안돼" 北에 강력한 대화 시그널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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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협상실패가 장애 안돼" 北에 강력한 대화 시그널 보내

입력
2013.04.1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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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한중일 3개국 순방을 마치고 15일 귀국길에 올랐다. 케리 장관은 이번 순방에서 여러 현안을 논의했지만 북한 문제는 그에게 큰 부담이었다. 그는 상원 외교위원장 시절 북한 개입을 주장한 대화파에 속했다. 전략적 인내라는 대북 원칙을 고수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대화의 방향으로 나아가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그가 오바마 2기의 외교수장이 되면서 기존 정책에 자신의 외교 철학을 어떻게 접목할지에 관심이 모아진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취임 2개월이 넘도록 동아태 차관보를 비롯해 국무부에 자신의 팀마저 구성하지 못하면서 그에 대한 기대가 낮아진 것이 사실이다. 현안에 적극 개입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달리 케리는 외교의 공격수가 아니라 필요할 때 약점을 보완하는 '식스맨'이 될 것이란 관측이 그래서 나왔다.

하지만 케리는 이번 순방에서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대화와 핵 포기의 메시지를 북한에 분명히 전했고 한중일 외교장관과 만나서도 같은 기조를 유지했다. 이런 대북 대화 의지는 14일 미국 취재진이 주축을 이룬 수행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보다 솔직히 드러났다. 케리 장관은 이 자리에서 북한에 대한 완화된 미국의 입장을 비롯해 자신의 속내까지 드러냈다. 그는 "이전의 (6자회담) 대화를 재개할 수 있으며 북한은 (이를 위해) 비핵화의 진지한 의지를 보여줄 가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그는 북한이 요구해온 북미 직접 접촉을 거론하며 "과거와 다른 길을 모색하겠다"고 밝혀 대화에 전향적인 모습을 취했다. "과거의 실패가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거나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핵무기 개발 포기를 위한 첫 조치를 취하면 그에게 손을 뻗을 준비가 돼 있다"는 발언은 북한에 보내는 강력한 대화 신호로 해석된다. 그는 특사 파견과 막후 외교 채널 가동 등 북한과 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상황을 언급해 자신의 대북 대화론이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케리 장관은 "나는 개인적으로 다른 길을 탐험하는 것에 열려 있다"며 가만히 앉아 대화를 기다리지는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특히 "진창에 빠져 기회를 날려버리지 않겠다"고 한 말은 클린턴 전 장관 때와 분명히 다를 것임을 시사한 대목이다.

다만 케리 장관의 발언이 오바마 행정부의 공식 입장인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케리 장관은 개인적 발언이라고 단서를 달았으며 국무부는 그의 대북 대화 제의가 미국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언론에 흘리고 있다. 케리는 15일 도쿄공대 연설에서 "북한은 이미 한 약속들을 존중할 것임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워싱턴으로 돌아온 케리 장관이 대화 의지를 담은 '아시아 발언'을 어떻게 정책으로 조율해 낼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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