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최근 "북한이 해외에 은닉한 비자금을 추적 중"이라고 밝히면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비자금 실체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이 심각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하고 내부 권력 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배경에는 해외에서 조달되는 비자금이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김 1위원장의 비자금 규모는 은닉 자금의 특성상 정확한 규모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우리 정보 당국이나 탈북자 증언,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파악한 것을 종합하면 40억~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자금들은 스위스나 중국, 동남아 등지 은행 비밀계좌에 분산 예치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또 국제사회의 정보망에 잘 포착되지 않는 일부 국가의 소규모 은행들도 활용하고 있으며 수백 개 차명 계좌를 수시로 바꿔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스위스 비밀은행 등에 예치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돈이 김 1위원장에게 전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북한 금융기관 간부 출신인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과거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등 유럽 주재 북한 대표부를 통해 비자금을 은닉 관리했지만 1990년 이후 중국의 주하이, 단둥 대표부나 동남아를 활용한다"면서 "지금은 중국도 협조적이지 않아 감시가 덜하거나 호혜적인 곳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1위원장의 비자금은 흔히 외화벌이 회사들이 광물이나 농ㆍ수산물 판매 같은 합법적 무역 거래를 통한 수익과 마약 밀매나 총포류 등 불법 무기 거래를 통해 얻는 수익들이 합해져 조성된다.
2006년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AD) 은행에 대한 금융제재로 한 풀 꺾이기는 했지만 '슈퍼노트(미화 100달러 위조지폐)'를 통한 조달 수법도 여전히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주러시아 북한 대사관은 현지 마피아를 통해 위조지폐를 진짜 돈으로 세탁한다는 전언도 있다.
이런 비자금은 김 1위원장의 직접 통제하에 서기실, 노동당 제39호실 등의 극소수의 핵심 측근들이 관리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비자금 사용처는 무기 개발이나 김씨 일가의 각종 우상화 시설 조성과 측근 세력 육성 및 관리 비용 등에 지출된다.
때문에 미국이 김정은 체제의 '민감하고 아픈' 부분을 언급한 것은 대화 모드 전환 여부가 주목되는 현재의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북한에게 보다 효과적인 압박 시그널을 보냈다는 평가가 많다.
대북 금융 제재를 총괄하는 데이비드 코언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14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일 일가가 비자금을 어디에 숨겨놨는지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며 "만일 찾게 되면 김씨 일가가 이 자금을 쓸 수 없도록 조치할 생각"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 관계자는 "미 재부무의 김정은 비자금 추적활동은 통상업무이고 해외계좌 대부분이 있는 중국과 긴밀하게 협조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북한의 도발 위협 국면에서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VOC와의 인터뷰 형식을 사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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