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단락에는 하나의 쟁점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단락을 구성하는 이유이다. 하나의 단락에 하나의 문제의식과 그에 기초한 중심내용이 담겨있어야 주장의 일관성과 논증의 설득력이 담보된다. 그런데 유대혁 학생 글에서는 중심화제가 분산되어있다. 특히 2단락과 7단락에서 두드러진다. 이 경우 쟁점이 흐트러진다. 그러므로 글을 쓰기 전에 개요작성을 충실히 하여 전체적인 글의 얼개를 짜두어야 한다. 물 흐르듯이 글을 쓰는 것은 좋지만 기본적인 글 흐름을 미리 정해두지 않으면 산만한 논증구조가 된다.
구체적으로 학생 글의 얼개구조를 살펴보자. '1단락: 대학과정에서 논술문제가 출제한 것은 대학 측이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도입화제)→2단락: 선발과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필요하다(문제제기)→3단락: 바뀐 수능이 장점은 있으나 변별력을 갖지 못한다(문제제기)→4~6단락: 수능이 변별력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세 가지 보완책이 필요하다(주장과 근거)→7단락: 유형분리에 대한 혼란을 줄이고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재주장)'로 구성되어 있다. 글의 전체 흐름이 '수능의 변별력'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있다. 제목도 변별력을 쟁점으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선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논의하고 있는 2단락은 전체 흐름상 다소 이질적이다. 차라리 2단락의 내용을 1단락으로 녹여내어 다소 혼란스러운 입시제도라는 내용으로 도입화제를 구성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다.
더불어 논증구조를 살펴본다. 유대혁 학생은 수능변별력의 신뢰를 얻기 위해 세 가지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난이도 확보를 위한 구체적 방법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4단락의 주장은 타당하다. 다만 변별력의 신뢰를 왜 학생 학부모로부터 얻어야 하는지에 대하여는 언급이 없다. 대학에서 어려운 논술 문제를 내는 이유를 수능변별력 때문으로 지적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글의 구조 하에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가장 논리적 설득력이 아쉬운 부분이 5단락이다. 수능변별력을 논의하는데 미래사회인재상 반영여부가 언급되고 있다. 수능폐지론자들이 할 만한 주장이다. 이 글의 문제제기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학에서 어려운 논술 문제를 출제한 이유가 수능변별력이 없기 때문이라면 변별력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이 담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즉 출제과목을 바꾼다거나 문항구성에서 주관식의 비중을 늘린다거나 혹은 문항마다 난이도에 따른 구체적인 배점을 차등화하자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6단락도 논증과정에서 문제가 된다. 교육기회와 교육환경의 평등 제공이 변별력 확보의 방안으로 소개되기에는 논리적 연결성이 미흡하다. 본래 변별력이라는 개념 자체가 차별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변별력은 평등과는 양립하기가 어렵다. 무엇보다도 대학수준의 논술문제가 출제되지 않도록 수능의 변별력을 강화하자는 글의 제목과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다.
대개 마지막 단락은 글 전체를 아우르는 표현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미 논의가 된 내용에 대한 정리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7단락에서는 "사교육에 의존한 선행학습을 막는 것이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지름길이다"라는 표현으로 앞선 단락들에서 논의한 바가 없는 새로운 글로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 글이 선행학습 논란이나 공교육정상화에 관한 논의가 아니었기에 논리적으로 어색한 삽입이다.
마지막으로 표현상의 아쉬움을 지적한다. 세 번째 단락 첫 문장 "이러한 현실에서 2014학년도 대입 수능은 국어, 영어, 수학 영역이 AㆍB형으로 분리 시행된다고 한다"라는 표현은 매우 불편하다. 고등학생이 대입수능시험에 대한 표현을 함에 있어서 마치 다른 전문영역인양 '~라고 한다'라는 표현을 써서는 안 된다. 객관적으로 분명한 사실이고 더더욱 자기와 직접적인 분야에 관한 내용이라면 '분리시행된다'라고 분명히 서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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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훈 메가로스쿨 논증·논술강사 www.megal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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