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논술전형 이름이 무색… 수능 최저학력기준 너무 높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논술전형 이름이 무색… 수능 최저학력기준 너무 높아”

입력
2013.04.15 12:07
0 0

“논술 준비를 해왔는데 고3이 되고 보니 위험한 길을 택했구나 싶어요. 최저학력기준이 너무 세서 어차피 수능을 잘 봐야 논술 전형으로 대학에 갈 수 있거든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너무 높아 사실상 수능중심전형이라 불리는 수시 논술 우선선발전형.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에 따르면 2013학년도 서울 주요 10개 대학의 논술 전형 중 우선선발 비율은 58.7%, 수시 전체의 23.5%나 됐다. 수시 전형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내신이 좋아야 하고, 논술도 잘 쓰면서, 높은 수능 최저학력기준까지 맞춰야 하는 이 전형에 대해 고3 수험생과 올해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20여명이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11일 사교육걱정 주최로 열린 ‘대입전형 단순화 대안에 대한 연속토론회’자리에서다.

사실상 수능으로 뽑는 논술전형

수시모집은 크게 논술(일반)ㆍ학생부ㆍ적성평가ㆍ특기자 전형 4가지로 나뉜다. 이중 논술전형은 우선선발과 일반선발로 나눠 선발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연세대는 2013학년도에 논술전형으로 1,140명을 뽑는데 이중 70%를 논술(70%)과 학생부(30%) 성적으로 우선선발(일반전형은 각각 절반씩 반영)했다. 언뜻 보면 논술 잘하는 학생을 먼저 뽑겠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경쟁률이 100대 1에 이를 정도로 지원자가 많지만 실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면 대다수가 탈락하기 때문이다.

2년간 열심히 논술을 준비했고, 논술교사로부터 잘 쓴다는 칭찬도 자주 들었다는 한 대학 신입생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못 맞추는 바람에 수시 6개에서 전부 떨어지고 결국 정시로 입학했다”며 “어려운 형편에도 논술 사교육을 많이 했는데 전부 소용이 없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한 수험생은 “경쟁률도 높은데다 최저학력기준이 너무 세서 이젠 논술전형으로 갈 마음을 접고 있다”며 “원서를 2개만 넣으려고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본 안상진 사교육걱정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은 “고려대의 경우 지난해 전체 논술 지원자 중 88.5%가 최저학력기준을 못 맞춰 우선선발에서 탈락했다”며 “이공계의 웬만한 과에서는 이 기준만 맞추면 다 붙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다보니 전형료 수입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대학들이 이 전형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따른다. 서울교대 한 신입생도 “처음부터 한 가지만 준비하는 수험생은 없다”며 “논술을 준비했든 안 했든 다 지원하는 분위기인데 5만원씩 하는 전형료도 (너무 비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안 부소장은 “수능 뒤에 논술 시험을 보니까 학생들이 보험처럼 논술전형을 지원해 두는데 수능을 보고나면 최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애들은 돈을 냈지만 시험을 포기해야 하고, 반대로 수능을 아주 잘 본 학생들은 굳이 논술전형으로 갈 이유가 없으니까 시험을 안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저학력기준을 높게 설정해서 대학들이 애들을 걸러내고, 논술전형을 정말 논술전형으로 운용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논술 우선선발 비율을 줄이거나, 최저학력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 고3 학생은 “실제로는 글보다는 수능 점수를 더 많이 보기 때문에 우선선발 비율을 줄이고, 과별로 특화시켜 논술을 잘하는 애들이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학 신입생은 “기준을 아예 없애면 학교교육을 등한시해 대학에서 공부할 기본실력을 갖추지 못할 수도 있으니 기준은 두되 지금보다는 낮추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입학사정관제는 평가 엇갈려

최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입학사정관제에 대해서 학생들은 문제가 있지만 장점도 있다고 평가했다. 한 수험생은 “논술이나 적성검사는 수험생의 한 부분을 보는 것이지만 입사관제를 통해서는 나는 어떤 인간이고 어떻게 살아온 인간인지 어필할 수 있다”며 “그렇게 입학한 학생은 전공적합도도 높아지고 대학생활도 즐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학 신입생은 “동기 중에 내신이 5,6등급인데 영상 찍는 것을 좋아해 영상제 나가 장관상을 받고 서울의 명문대 관련학과에 진학한 경우가 있는데 그런 학생을 뽑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신입생은 “특출난 것 없는 대부분 학생들은 입사관을 준비할 때 아무 생각 없이 남들 따라서 스펙을 쌓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걸로 나를 드러내기도 어렵고, 객관적이고 동의할 수 있는 기준으로 학생을 뽑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라고 우려했다. 일부 학생들은 입사관제가 특목고나 자사고에 비해 일반고 학생을 차별한다는 불신도 드러냈다. 한 일반고 수험생은 “어떤 대학의 전형에 대해 들었는데 대부분 자사고 애들을 뽑고, 일반고는 몇 명만 뽑았다고 들었다”며 “대학이 결국 고등학교의 네임밸류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특기자 전형에 대해서도 “중학교 때부터 중국어를 배워 HSK 자격증을 따 중국어과?갈 생각이었지만, 특기자 전형은 외고를 위해 만든 거지 인문계에서 1급 딴다고 갈 수 있겠느냐는 얘기를 듣고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사교육걱정은 18일 고등학교 진로진학상담교사, 25일 입학사정관, 5월2일 학부모 등 대입전형 간소화 방안에 대한 그룹별 토론을 갖고, 9일 토론회에서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