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정ㆍ재계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정치권의 파상적인 대기업 공격 때문이다.
사실 작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극에 달했던 경제민주화 압박은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듯 했다. 하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재벌을 겨냥한 파상공세가 재개되자, 재계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다. 내놓고 반발할 수도 없지만, 여기서 밀리면 앞으로 더 크고 더 강한 압박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입법저지에 총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최대 쟁점은 ‘일감 몰아주기’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일감몰아주기에 해당하는 부당내부거래를 보다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처벌수위도 대폭 높였다. 이에 대해 한국경제연구원 신석훈 부연구위원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부당성 여부를 점검하지 않은 채 획일적으로 규제를 한다는 것 자체가 초법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내부거래엔 잘못된 일감몰아주기도 있지만 불가피하고 효율적인 거래도 있다. 이런 것을 따지지 않고 내부거래 자체를 원천 봉쇄하면 결국 해외이전이나 글로벌 아웃소싱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어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감사원이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소급과세를 국세청에 요구한 것도 논란거리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와 관련, “2004년 거래까지 거슬러 올라가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감사원 지적은 소급과세의 문제점을 인식해 2012년 이후로 과세시점을 정한 정부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반대입장을 공식화했다.
재계는 지금 같은 ‘대기업 때리기’분위기 하에선 이 같은 무리한 규제법안들이 여야 경쟁적으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회엔 대기업 오너나 CEO가 300억원 이상 배임ㆍ횡령시엔 최대 무기징역까지 부과할 있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도 발의된 상태. 한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재벌총수를 수사한다면 적어도 범죄금액이 300억원 이상은 되지 않겠는가. 결국 이 법이 통과되면 수사 받는 총수들은 모조리 무기징역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같으면 경기불황기엔 대기업 수사를 자제하고, 기소된 총수에 대한 처벌도 완화하는 게 관행. 하지만 지금은 경제상황논리에 입각한 정상참작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김승연 한화그룹회장이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법원판결을 봐도 ‘무관용’경향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면서 “재계 내에선 총수이기 때문에 더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는 역차별, 피해의식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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