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군사비 지출 규모가 1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세계 군사비 지출의 과반을 차지하는 미국과 주요 유럽 국가 등 서방이 경제 위기로 예산을 줄인데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이 사실상 종식됐기 때문이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15일 발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군사비 지출은 1조7,500억달러(1,977조원)로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2011년보다 0.5% 줄었다. 1998년 이후 늘어나기만 했던 군사비가 14년 만에 줄어든 것이다.
지출 규모가 세계 1위인 미국의 군사비 감축이 주 요인으로 꼽혔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철군하고 아프간에 지출하는 군사비를 줄여 2011년에 비해 6% 적은 6,820억달러의 군사비를 썼다. 세계 총 군사비 지출 중 미국의 비중은 39%로, 냉전이 종식된 1991년 이후 처음으로 40% 아래로 떨어졌다.
SIPRI는 "미국은 올해 초 연방정부 예산자동삭감(시퀘스터)이 발동돼 국방 예산이 삭감됐고 유럽 국가들도 긴축정책을 펴고 있어 향후 2~3년은 세계 군사비 지출 총액이 감소할 것"이라며 "최소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아프간 철군을 마무리하는 내년 말까지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미국에 이어 군사비 지출 규모 2위인 중국과 3위 러시아 등은 군사비를 크게 늘려 대조를 보였다. 중국은 7.8% 늘어난 1,660억달러, 러시아는 16.0% 늘어난 907억달러를 썼다. 이외에 '아랍의 봄'으로 촉발된 시리아 내전이 장기화한 중동지역도 8.3% 늘었다. 아시아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영향으로 3.3% 늘었고, 한국도 1.9% 증가한 317억달러를 지출해 12위에 올랐다.
SIPRI는 "서방이 군사비를 감축하는 와중에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신흥국에서는 경제발전 자금이 군사비로 유입되는 상황이어서 수 년 후에는 신흥국의 군사비 지출 증가로 세계 군사비 지출이 다시 늘 것"이라고 분석했다. SIPRI는 이런 변화가 "세계 군사비 지출의 균형추가 옮겨가는 전조"라고 지적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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