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전8기에 성공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도 오지(Aussiㆍ호주인)의 도전 정신을 막지 못했다. 애덤 스콧(33)이 호주 선수로는 처음으로 '명인들의 열전'인 제77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그린 재킷을 입었다.
스콧은 15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파72ㆍ7,435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를 쳐 앙헬 카브레라(44ㆍ아르헨티나)와 동타를 이룬 뒤 2차 연장 접전 끝에 정상에 올랐다. 스콧은 18번홀에서 열린 연장 1차전을 파로 비긴 뒤 10번홀(이상 파4)에서 치러진 2차전에서 버디를 잡았다.
스콧은 호주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또한 마스터스에서 처음으로 롱 퍼터를 사용해 우승한 선수가 됐다. 스콧은 개인적으로도 첫 번째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우승 상금은 144만 달러(16억3,000만원).
스콧은 "골프가 호주에서 인기 스포츠인데 그 동안 마스터스에서는 우승이 없었다. 내가 마스터스에서 처음 우승하는 것은 운명이었나 보다. 믿을 수 없다"고 기뻐했다. 스콧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세계랭킹 3위로 뛰어올랐다.
손꼽히는 명승부 연출
오거스타 골프장에는 비가 내렸다. 하지만 두 선수가 펼치는 명승부에 수많은 갤러리는 잠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승부는 극적이었다. 17번홀까지 8언더파로 카브레라와 공동 선두였던 스콧은 18번홀에서 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었다. 파를 잡기도 힘든 홀에서 버디를 잡은 스콧은 우승을 확신하는 듯 포효했다.
하지만 2009년 마스터스 챔피언 카브레라도 만만치 않았다. 스콧이 버디를 기록한 모습을 보고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카브레라는 7번 아이언을 잡고 홀 1m에 붙이는 신기의 샷을 뽐냈다. 스코어카드 제출 장소에서 TV로 카브레라의 18번홀 두 번째 샷을 본 스콧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면서 연장전을 준비했다.
18번홀에서 이어진 연장 1차전에서 카브레라는 그린 주변에서 웨지를 들고 버디를 노렸지만 홀을 살짝 비껴나갔다. 스콧도 이 홀에서 파를 잡아 10번홀(파4)에서 연장 2차전이 이어졌다. 명승부는 계속됐다. 카브레라의 3.5m 버디 퍼팅은 홀 바로 옆에서 멈춘 반면 스콧의 3m 버디 퍼팅은 홀 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호주의 숙원을 풀다
호주는 마스터스와 인연이 없었다. 준우승만 7차례 했을 뿐이다. 브리티시오픈에서 9회 우승했고 PGA 챔피언십 4회, US오픈에서 2회 정상에 올랐지만 유독 마스터스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1950년 짐 페리어를 시작으로 브루스 크렘턴(1972년), 잭 뉴튼(1980년)이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다. 호주의 골프 스타인 그레그 노먼도 세 차례 준우승에 머물렀다. 특히 노먼은 1996년 대회 3라운드까지 6타 차 선두를 달렸지만 4라운드에서 78타를 치는 바람에 닉 팔도(잉글랜드)에게 그린 재킷을 내줬다.
스콧은 "노먼은 세계 최고의 선수였고, 호주의 상징이었다. 노먼은 나에게 많은 시간과 영감, 신념을 줬다"면서 "우승의 일부는 노먼을 위한 것이다. 그와 맥주 한 잔을 하고 싶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노먼은 AP와의 인터뷰에서 "감동적인 순간이다. 호주를 위해 큰일을 해냈다"고 칭찬했다.
골프 신동, 퍼팅 입스, 그리고 마스터스 정상까지
호주에서 '골프 신동'으로 불린 스콧은 2000년 프로로 전향했다. 스콧은 183㎝, 82㎏의 건장한 체격을 갖춘 '미남 골퍼'다. 그는 2001년 유럽 투어인 알프레드 던힐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2003년 PGA 도이체방크 챔피언십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스콧은 2008년 PGA 투어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에서 통산 6승째를 거둔 뒤 갑작스러운 퍼팅 난조에 빠졌다. 2년 동안 지독한 슬럼프를 겪었다.
퍼팅에 대한 자신감을 잃은 스콧은 샤프트가 배꼽까지 오는 롱 퍼터를 들고 나왔다. 이 퍼터를 들고 2010년 발레로 텍사스오픈, 2011년 WGC 브릿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하면서 부활한 스콧은 이번엔 마스터스 챔피언 자리까지 차지했다. 그는 마스터스에서 롱 퍼터를 사용해 우승한 첫 번째 선수가 됐다. 이번 우승으로 지난해 브리티시오픈 4라운드 마지막 4개 홀에서 연달아 보기를 써내는 바람에 다 잡았던 우승을 놓친 아쉬움도 털어냈다. 지금까지 PGA 투어에서 9승 등 프로 통산 20승을 거뒀다.
한편 마스터스에 처음 출전한 재미동포 존 허(23)는 공동 11위(2언더파 286타)를 차지,'공동 12위까지 다음 해 출전권을 준다'는 규정에 따라 내년 마스터스 출전권을 확보했다.'탱크' 최경주(43ㆍSK텔레콤)는 공동 46위(5오버파 293타)에 머물렀다.
통산 5번째 우승을 노렸던 세계 랭킹 1위 우즈는 공동 4위(5언더파 283타),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공동 25위(2오버파 290타)로 이번 대회를 마쳤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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