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주주권 강화 움직임을 가시화 하고 있다. 어제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재벌총수들의 이사재선임 안에 반대했다.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익 침해 전력, 과도한 계열사이사 겸임 등의 이유로 국민연금이 이사재선임을 반대한 인사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등이 망라됐다. 하지만 이사재선임 반대는 실효성 없는 상징적 행위에 불과해, 보다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주주권 강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는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확립' 등을 위해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에 따른 것이다. 올해 1분기 현재 국민연금의 삼성전자 보유지분은 7.19%로 이건희 회장(3.38%)의 두 배에 가깝다. 현대차와 LG전자 지분도 각각 6.83%, 9%를 차지했고, 신한과 KB금융지주 등에서는 수년 째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동안 주주권 행사를 방기해 연금이익과 공익을 포기해왔다는 비판에 직면해 주주권 강화론이 대두된 것이다.
주주권 강화는 옳지만 현실적으론 예민한 문제가 없지 않은 게 사실이다. 주주권 강화론의 핵심은 기업경영을 감시하고, 기업의 성과와 가치를 향상시키며, 주주로서 국민연금의 이익을 증진하겠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론 극소수 지분으로 전횡을 일삼는 재벌총수를 견제하겠다는 포석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가 국민연금을 지배하는 현실에선 자칫 기업에 대한 관치(官治), 기업의 이익추구와 공익과의 충돌, 경영 상의 불필요한 분란 등 부작용이 초래되기 십상이다.
당위와 현실의 이 같은 괴리를 줄이려면 무엇보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가 순수하게 기업 주주로서의 권익증진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독립적인 기금운용위원회 설립 등 국민연금 독립성 강화 방안은 물론, 주주권 행사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의결권 행사 지침 및 세부 기준 등도 본격적으로 논의돼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