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시ㆍ도 광역의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보좌하는 유급보좌관제를 올해 안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예산 수십 조원을 다루고 시민생활과 직결된 일을 하는 지방의원들에게 일할 여건을 마련해주지 않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마치 유급보좌관제가 없어 광역의원들이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말처럼 들린다.
안행부(당시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서울시의회가 유급보좌관제 조례를 만들자 반발해 대법원에 제소했다. "유급보좌관제가 자치단체의 재정부담을 증가시키는 만큼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법률 개정을 통해 풀어야 한다"는 게 반대 이유였다. 1년이 지난 지금 안행부는 갑자기 입장을 바꾼 이유가 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그렇다고 그 동안 유급보좌관제 도입 여부를 놓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진 것도 아니다.
전국 17개 시ㆍ도 광역의원 정수는 855명으로 이들이 연봉 5,000만원 수준의 보좌관 1명씩을 두려면 매년 427억 원이 추가로 소요된다. 보수는 전부 지자체가 지급해야 한다. 재정자립도가 겨우 50%를 넘을 정도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자체로서는 큰 부담이다. 당연히 주민들에게 부담이 돌아가게 된다. 1991년 출범한 지방의회 의원들은 무보수 명예직이었다. 회의비 등으로 지급되던 활동비가 2006년부터 급여 형태로 바뀌어 현재 광역의원의 경우 연간 5,000만~6,000만원을 받고 있다.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액수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유급보좌관까지 두게 된다면 지방자치의 근본 취지를 훼손한다는 반대여론이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지방의회 의원들이 그 동안 보여준 모습은 어땠는지 한 번 돌이켜봐야 한다. 지역주민을 위해 밤낮으로 애쓰는 의원들도 적지 않겠지만 상당수는 일은 뒷전인 채 비리와 이권에 연루되거나 해외연수, 의정비 인상 등 자리를 이용한 잇속 챙기기에 몰두하는 행태를 보였다. 더구나 1년에 조례발의 건수가 평균 1건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방재정 여건으로 보나 주민정서로 보나 유급보좌관제를 도입하기에는 아직 때가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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