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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이긴 차베스 후계자… 쪼개진 베네수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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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이긴 차베스 후계자… 쪼개진 베네수엘라

입력
2013.04.1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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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치러진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에서 집권당 후보인 니콜라스 마두로(51) 임시 대통령이 야권 단일후보 엔리케 카프릴레스(41) 미란다 주지사를 누르고 승리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1.59%포인트 차로 겨우 이겨 ‘차베스의 후계자’ 마두로의 입지가 불안정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선거 결과 마두로가 50.66%, 카프릴레스가 49.07%를 각각 득표했다고 발표했다. 양측 표차는 23만4,935표다. 이번 대선은 1월 10일 네 번째 임기를 시작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지난달 5일 암으로 사망하면서 다시 치러졌다. 마두로는 19일 취임해 2019년 1월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한다.

결과 발표 후 마두로는 수도 카라카스의 대통령궁 앞에서 “차베스는 백전백승한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라며 “우리는 공정하고 법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연설했다. 그는 “내게 투표하지 않은 이들도 국가를 위해 함께 일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카프릴레스는 기자회견을 열고 “패자는 마두로”라며 “모든 표가 개표될 때까지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재검표를 요구했다. 투표 과정에서 일어난 문제점 3,200가지를 정리한 목록이 있다고도 했다. 앞서 그는 투표시간 종료 후에도 문을 닫지 않은 투표소가 있다며 “국민의 선택을 뒤바꾸려는 시도가 있다”고 트위터에서 주장했다.

차베스가 생전에 후계자로 지목한 마두로의 승리로 막대한 오일머니의 저소득층 복지 투입을 골자로 하는 ‘차베스주의’의 정치적 생명도 연장됐다. 그러나 지지층 이탈로 동력은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대선은 차베스가 치른 대선 중 득표율 차가 가장 적었던(10%포인트) 지난해 선거와도 비교할 수 없는 접전이었다. 차베스의 14년 장기 집권으로 혜택을 본 빈곤층과, 차베스의 정책이 국가에 해악을 끼쳤다고 여기는 중상류층의 표심이 뚜렷하게 갈린 결과로 해석된다. 차베스의 사회복지정책을 계승하겠다며 절충적 입장을 취한 카프릴레스의 전략도 초접전 판세에 기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차베스에 대한 평가를 둘러싸고 양분된 베네수엘라 사회에 긴장이 더 고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 여권에 분열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차베스의 리더십 아래 퇴역 장군부터 공산주의자까지 이질적 세력이 함께 한 집권 통합사회주의당을 노조 지도자 출신인 마두로가 장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마두로는 막후 실권을 쥐고 있는 군부의 신뢰를 얻지 못한 상황이다.

마두로 정부의 선결 과제는 재정적자 및 인플레이션, 만성적 식량 부족, 남미 최악의 살인율이다. 마두로가 차베스 시대의 실정을 극복하겠다며 공약으로 내세운 것들로 이들 문제의 해결은 중남미 좌파정부의 좌장 역할을 해온 베네수엘라의 국제적 위상과도 직결된다. 당장 대외 영향력의 원천인 페트로 카리베 프로그램(중미·카리브해 10여개국에 원유를 원가에 공급하는 정책)에 반대 여론이 폭발할 수 있다. 카프릴레스는 기업친화 정책과 함께 이 프로그램의 폐지를 핵심 공약으로 걸고 야당표를 집결했다.

내정에 치중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마두로는 차베스 집권기에 최악으로 치달은 대미관계에 유화책을 쓸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기도 하다. 선거운동 기간에는 미국 외교관들을 추방하는 등 대립각을 세웠던 마두로는 최근 “대선에서 승리하면 미국과의 관계를 상호존중하고 대등한 관계로 복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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