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교향악단이 2006년 시작한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 노바’는 매번 독창적이고 진취적인 프로그램으로 매니아 관객층을 확보했다. 서울시향 상임작곡가 진은숙이 프로그래밍을 맡고 있는 이 시리즈는 외국 유명 오케스트라의 기획과 비교해 전혀 뒤지지 않고 오히려 더 뛰어나 벤치마킹 모델이 되고 있다.
봄과 가을에 진행하는 아르스 노바의 올해 일정이 16일 세종체임버홀, 19일 LG아트센터 공연으로 시작한다. 실내악 공연인 16일의 주제는 클래식음악의 중심이자 현대음악의 장을 연 비엔나의 음악이다. 20세기 초반 제2 비엔나 악파의 쇤베르크와 베르크의 곡을, 오늘의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거장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하스, 젊은 세대 작곡가 올가 노이비르트의 작품과 나란히 연주한다.
19일 오케스트라 콘서트는 당대에 인정받지 못한 여러 대륙의 뛰어난 작곡가들을 ‘콜라주’라는 제목 아래 모았다.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작곡가 중 한 명인 베른트 알로이스 침머만(1918~1970)의 음악을 중심으로, 찰스 아이브즈, 요르크 횔러, 알베르토 히나스테라의 곡을 소개한다. 침머만은 아방가르드 음악을 해야 살아남았던 시대에 자기 스타일로 작품을 쓰다가 배척당했고 독약을 먹고 자살했다.
이번에도 대부분 한국 초연 또는 아시아 초연이다. 2곡은 세계 초연이다. 아르스 노바가 위촉한 젊은 한국 작곡가 배동진의 작품 ‘아타카 수비토’(16일), 남미 작곡가 히나스테라의 ‘교향적 연습곡’(19일)이 그것이다. 현대음악 전문가로 유명한 지휘자 페터 히르시가 지휘하고, 역시 현대음악 잘 하기로 인정받은 피아니스트 임수연, 세계 최고의 트럼펫 연주자로 꼽히는 호칸 하르덴베리에르가 협연한다.
서울시향의 아르스 노바는 한국의 현대음악 전진기지 역할을 넘어 이제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 작품을 공동으로 위촉해 생산하는 데에 이르렀다. 2011년 파스칼 뒤샤팽의 ‘롱 아일랜드의 아침’(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ㆍBBC 3 라디오 등), 2012년 페테르 외트뵈시의 ‘첼로 콘체르토 그로소’(베를린필ㆍ톤할레 오케스트라 등)에 이어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뉴욕필,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와 공동 위촉한 트리스탕 뮈라이의 피아노협주곡 ‘세계의 탈주술화’가 지난 11일 뉴욕에서 뉴욕필에 의해 세계 초연됐다. 서울시향은 이 작품을 가을 아르스 노바에서 아시아 초연한다.
오미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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