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대검 중수부 주임검사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던 우병우(46ㆍ사법연수원 19기ㆍ사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15일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우 검사는 이날 오전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사직 인사'를 통해 "23년 간 검사로 살아오면서 다른 길을 걸어본 적도, 돌아본 적도 없다"며 "검사로서 보람을 느낀 때도 많았고, 실체적 진실을 파헤쳐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힘겨운 적도 많았다. 이제 보람은 가슴에 품고 짐은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사법시험 29회에 최연소로 합격한 우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 대검 중수1과장, 범죄정보기획관, 수사기획관 등을 거친 '특수통'이다. 대검 중수1과장이던 2009년에는 박연차 태광그룹 회장의 정ㆍ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하며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해 직접 조사했다.
우 검사의 사퇴는 일단 지난 5일 검사장 승진 인사에서 탈락한 것이 직접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사법연수원 19기의 선두주자로 불렸지만 지난해에 이어 잇달아 승진에서 탈락한 것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평이 엇갈렸다. '수사 능력으로만 보자면 한 시대를 풍미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사람'으로 그를 평가하는 이들은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특히 2003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 사건을 수사하면서 허태학 에버랜드 사장을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날 배임 혐의로 기소했을 때 '우병우 검사가 수사의 구슬을 뀄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특수2부장이 현 채동욱 검찰총장이란 점에서, 우 검사의 이번 검사장 탈락은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것이 우 검사 사퇴의 원인(遠因)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 검사는 평소 '정치적 도의적 책임이 있다면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문제'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검사가 이명박 정부에서 요직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는 점도 박근혜 정부의 첫 검사장 인사에서 걸림돌이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한 동료 검사는 "지난 정권에서 잘 나가 구설에 오른 사람들이 특히 이번 인사에서 배제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 검사 자신도 워낙 자부심이 강한 사람이라 조직 내부에서도 평가가 엇갈렸다"고 말했다.
우 검사 사퇴로 노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검찰 지휘라인은 모두 옷을 벗게 됐다. 임채진 전 검찰총장,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사퇴했고, 홍만표 당시 대검 수사기획관도 대검 기조부장이던 2011년 8월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국회에서 수정된 데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한편 우 검사와 같은 사법연수원 19기로 이번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한 지익상(49)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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