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61) 한화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1심의 징역 4년보다 감형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김 회장에 대해 감형은 했지만 실형은 유지, 재벌 총수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윤성원)는 15일 회사에 수천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김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하고, 건강 상태를 감안해 5월 7일까지 구속집행의 정지를 유지하도록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 회장에 대한 공소사실의 핵심인 그룹 계열사를 동원한 부실 위장계열사 지원 혐의는 전체적으로 1심과 같이 유죄가 인정된다"며 "다만 항소심 과정에서 자비로 일부 피해를 변상하고 건강이 안 좋아진 점 등을 고려해 1심보다 형량을 낮췄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법원은 형량은 낮췄지만 김 회장의 불법행위는 징역형 선고가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부실 위장계열사를 지원한 피해 회사들의 손해가 결과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투명한 절차가 무시되고 불법적인 수단이 동원된 점은 용납할 수 없다"며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훼손하는 범행을 한 이상 실형 선고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날 침대가 달린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도착했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선고 공판 내내 눈을 감고 힘들어 하던 김 회장은 선고 직후에야 변호인에게 몇 마디 말을 건넸고 지인들을 조용히 바라보다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김 회장과 함께 기소된 홍동욱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재무팀장은 1심보다 1년이 줄어든 징역 3년에 벌금 10억원이 선고됐고, 김 회장과 함께 1심에서 법정구속된 김모 한화국토개발 대표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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