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오페라극장에 꼽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에 처음 선 한국인 소프라노는 1984년 홍혜경이다. 1989년 조수미, 1990년 신영옥이 그 뒤를 이었다. 2007년 새 별이 등장했으니 캐슬린 김(37ㆍ한국 이름 김지현)이다. 2007년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에서 바르바리나 역으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데뷔했다. 그해 바로 오펜바흐 '호프만의 이야기'에서 오스카 역으로 "최고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화려한 기교로 가장 높은 음역을 노래하는 소프라노)라는 극찬을 받으며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현재 그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주역 가수이면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캐슬린 김의 첫 한국 독창회가 19일 대구문화예술회관, 26일 의정부예술의전당,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서울시향 부지휘자로 있는 성시연이 성남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하고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콩쿠르 우승자인 바리톤 조셉 림(임경택)이 함께한다.
한국에서는 2010~2012년 정명훈 지휘로 서울시향과 세 번 협연했을 뿐이다. 그는 "한국에서 내 이름을 걸고 하는 공연은 처음이라 다른 어떤 무대보다 떨리고 설렌다"고 말한다. 그는 서울예고 1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이번 공연 지휘자 성시연과는 고교 동창이다.
오페라 가수로서 그의 명성을 확고하게 해준 작품은 미국을 대표하는 현존 최고의 작곡가 존 애덤스의 '중국의 닉슨'이다. 존 애덤스가 직접 지휘한 2011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공연에서 그는 마오쩌둥의 부인 장칭 역으로 극찬을 받았다.
그동안 그가 한 오페라는'호프만의 이야기' 중 올랭피아,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에서 체르비네타, '마술피리'에서 밤의 여왕 등 주로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대표적인 레파토리다. 하지만 이번 한국 공연 프로그램은 올랭피아의 노래만 그렇고, 나머지는 좀더 서정적이고 다양한 표현을 요구하는 리릭 콜로라투라의 곡이다.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방금 들린 그대 목소리'로 시작해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중 광란의 아리아로 마친다.
현재 그는 콜로라투라에서 리릭 콜로라투라로 이동 중이다. 지난해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서 루치아를 처음 노래했다. 밤의 여왕은 이제 더 이상 안 할 계획이라고 한다. F를 네 번이나 내야 하는 노래가 목에 좋을 리 없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고음보다는 중저음이 발달하는 자연스런 변화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메트로폴리탄 무대 외에 프랑스 릴 오페라, 영국 글라인드본 페스티벌에서 공연했고, 베를린 음악축제와 영국 BBC방송이 주최하는 음악축제 프롬에서 '중국의 닉슨'의 장칭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이번 한국 공연 후 바로 뮌헨에서 올랭피아, 미국에서 여름에 루치아, 가을에 브리튼 오페라 '한여름밤의 꿈'에서 타타냐 역 공연이 잡혀 있다.
앞으로 하고 싶은 배역을 묻자 "지금까지는 여자가 아닌 남자(오스카), 사람이 아닌 기계인형(올랭피아), 여자라도 아주 센 캐릭터(밤의 여왕, 장칭)를 주로 노래했다"며 "이젠 아름다운 여자 역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루치아는 해봤으니 이젠 '리골레토'의 질다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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