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때문에 빚을 떠안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한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금융회사 부채가 있는 만 60세 이상의 가구는 2010년 25.7%에서 2011년 35%로 급증했다. 가장 큰 이유는 자식들이 사업자금을 위해 부모 명의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기 때문이다. 만약, 자식이 대출금과 이자를 상환하지 않는다면 그 빚은 고스란히 부모가 갚아만 한다. 젊을 때는 결혼과 집 장만을 위해, 자식이 태어나면 자녀의 교육을 위해 쉼 없이 일을 해 온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노후를 즐길 나이에 자식의 빚 때문에 다시 생계현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MBC가 16일 밤 11시 20분에 방송하는 'PD 수첩'은 자식들 뒷바라지로 인해 빚의 멍에를 안고 사는 60대 이상 부모 계층의 이야기를 집중 취재했다. 40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3남매를 훌륭하게 키워 '장한 어머니상'까지 받은 박해숙(가명ㆍ79)씨는 불안에 떨고 있다. 사업을 하는 아들이 집을 담보로 1억 원을 대출 받았지만 원금은커녕 이자도 못 갚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12만원과 기초노령연금 9만원이 수입의 전부인 박씨는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그런가 하면 정현자(가명ㆍ71) 씨는 집을 잃고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낮에는 파출부로, 밤에는 식당 일을 하며 지낸 지 두 달째다. 그 동안 아들의 사업자금을 대주었지만 사업은 번번이 실패했고 어머니는 쫓겨나다시피 집을 나와 고시원 생활을 하게 됐다. 중계동 백사마을에 살고 있는 홍순희 씨(61세) 부부도 7년 전 죽은 딸이 남긴 빛 1,000만원이 7,000만원으로 불어나는 바람에 이를 갚기 위해 떡볶이 장사와 유치원 차량 운전 일을 하며 단칸방에서 살고 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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