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지난 달 25일 '마의'가 종영한 뒤 후속작인 '구가의 서'를 곧바로 방영하는 대신 1일 자사 개편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MBC 드라마 빅 3 스페셜'을 2일에는 특선영화 '러브 픽션'을 각각 편성했다. 또 지난달 18일부터는 오후 9시 30분에 '컬투의 베란다쇼'를 편성 방송하고 있다. 8시 55분에 방송되는 일일 사극 '구암 허준'의 방송 시간이 45분이기 때문이다.
SBS도 지난 3일 종영한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후속으로 수목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의 1회를 목요일인 4일에 방송했다. 지난 2월 13일'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1ㆍ2회 연속 방송한 탓이었다. OBS는 봄 개편을 통해 15일부터 프라임 뉴스인'OBS 뉴스 M'의 방송 시간을 15분 앞 당겨 7시 45분에 방송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편성 전략이 기존의 통념을 깨고 있다. 드라마 변칙 편성은 물론 정시를 기준으로 경쟁 프로그램에 비해 15분 이상 시차를 두고 편성하거나 황금시간대 분할편성으로 시청자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같은 다변화된 편성 실험의 가장 큰 원인은 치열해진 시청률 경쟁이다. 지난해부터 시청률 하락으로 고전해온 MBC는 지난해 메인 뉴스인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이 5%대로 주저 앉자 뉴스 방송 시간을 오후 9시에서 7시 55분으로 옮기고 일일극 방송 이후 광고를 없애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어 봄 개편에는 뉴스데스크 방송 직후 '구암 허준'과 '컬투의 베란다 쇼'를 일일 편성하는 띠편성 전략까지 구사했다. 그 결과 지난 12일 '뉴스데스크' 시청률은 7.9%를 기록하며 3월 전체 평균 6.8%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반면 '구암 허준'의 경우 평균 6%, '컬투의 베란다쇼'는 3%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편성 실패'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MBC 관계자는 "황금 시간인 9시대를 반분해 두 개의 프로그램을 편성한 것은 사실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한진만 교수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보수적이고 경직된 편성 방침이 다채널 경쟁 구도 속에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며 "분ㆍ초 단위로 계산되는 시청률에 따라 광고 유치가 결정되는 현실 속에서 경쟁사들을 따돌리기 위한 교차 편성 전략은 불가피 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중문화평론가 정석희씨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최근 프로그램 퀄리티 향상보다는 바둑돌 놓듯 프로그램을 이리저리 배치해보는 실험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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