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2) 눈이 아닌 손끝으로 커피 만드는 바리스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2) 눈이 아닌 손끝으로 커피 만드는 바리스타

입력
2013.04.14 18:35
0 0

“도전 한 스푼, 믿음 한 스푼을 더해 맛있는 커피를 전하고 싶어요.”

‘바리스타’ 박현정(23)씨는 황갈색 거품이 부드럽게 내려 앉은 아이스 에스프레소를 심사위원에게 건넸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국커피협회 주최로 열린 2013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 이 대회에서 ‘장애인 바리스타’들의 특별 경연이 열렸다. 시각장애 5급인 박씨는 이 대회 참가를 위해 2주 전부터 매일 5시간씩 연습했다. 그는 “평소 실력의 70%만 발휘한 거 같아 아쉽다”고 했다. 하지만 동상 수상 소식에 함께 출전한 동료 바리스타와 함께 금세 화색이 돌았다.

박씨는 10살 때 오른쪽 눈을 실명했다. 왼쪽 눈도 시력을 거의 잃어 사물을 겨우 구분할 수 있을 뿐이다. 한 건설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기도 했지만 괜한 상처로 남았다.

“눈이 잘 안보이니까 일을 맡기지 않더라고요. 하루 종일 멀뚱멀뚱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는 제 모습이 싫었어요.”

낙담하던 박씨는 3년 전 처음 접한 커피 향을 떠올렸다. 본격적으로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회에서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카페모아’ 서울 관악구청점에서 일하고 있다.

박씨에게 바리스타는 쉬운 길이 아니었다. 카페라테 위에 우유거품으로 그림을 그리는 ‘라테아트’는 아직도 미숙하다. 오른쪽 눈이 안 보여 라테아트가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온도계를 제대로 볼 수 없어 커피의 적정온도(섭씨 70도)를 손에 전달되는 온기로 재는 법을 터득해야 했다. 박씨는 “남들보다 조금 느리게 배울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총 8팀, 20여명의 장애인 바리스타들이 참가한 이번 경연에서 금상의 영예는 대구서부공업고등학교 특수학급장애학생들에게 돌아갔다. 경연에 참석한 이들 바리스타들은 한 목소리로 “커피는 세상과 소통하는 연결고리”라고 말했다. 지적장애 2급 이지혜(29)씨는 “엄마랑 꼭 커피숍을 차리고 싶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