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4일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일단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부는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우리 제의에 대한 1차적 반응일 뿐"이라며 상황을 좀더 지켜보기로 했다. 정부의 추가 제의나 북한의 후속 반응에 따라 남북 대화 재개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남측의 대화 제의를 거론하며 "개성공업지구를 위기에 몰아넣은 저들의 범죄적 죄행을 꼬리자르기 하고 내외 여론을 오도하며 대결적 정체를 가리우기 위한 교활한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11일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장관 성명'을 통한 남북 대화 제의에 대해 북한이 처음으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조평통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을 통해 "북침핵전쟁 연습과 동족대결 모략 책동에 매달려온 자들이 사죄나 책임에 대한 말 한마디 없이 대화를 운운한 것은 철면피한 행위"라며 "대화 제의라는 것을 들여다보아도 아무 내용이 없는 빈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대화가 이루어지는가 마는가 하는 것은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은 이날 밤 청와대에서 '북 조평통 대변인 언급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화제의를 거부한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고 밝혔다. 주 수석은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이날 저녁 청와대의 관련 참모들을 소집해 이러한 입장을 전하고 언론에 신속히 설명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이어 북측의 일방적인 개성공단 출입 차단으로 인한 입주기업인들의 고통을 언급한 뒤 "식자재 반입마저도 금지하는 것은 인도적 입장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금이라도 북한 당국은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조평통 대변인이라는 발표 주체와 기자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 '대화 여부는 우리 측 태도에 달려 있다'는 내용 등으로 볼 때 전면 거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측 대화 제의에 대한 1차적인 반응이기 때문에 앞으로 좀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과 중국은 13일 베이징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북한의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이 북한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ㆍ안정,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원칙을 반드시 견지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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