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긴급조치변호단(단장 이석태)이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유신시대 긴급조치 피해자들에 대해 대법원에 비상상고(非常上告)해줄 것을 청원하기로 했다.
비상상고는 판결이 확정된 사안에 대해 검찰이 법원에 법령 적용 위반을 바로잡아 줄 것을 요청하는 형사소송법상 비상구제 절차로,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제기하도록 돼 있다. 긴급조치가 위헌이라는 결정이 이미 나온 만큼, 검찰총장이 직접 나서 긴급조치 피해자들을 일괄 구제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청원의 취지다.
채 총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군사정권 시절 검찰의 잘못된 기소에 대해 대국민 사과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민변의 청원을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민변 관계자는 14일 "긴급조치 1, 2, 9호 위반 혐의로 처벌됐던 피해자들을 모아 검찰총장에게 비상상고 청원서를 조만간 낼 예정"이라며 "(위헌 결정이 나지 않은) 긴급조치 4, 7호 위반자들을 포함시킬지 여부 등 세부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비상상고를 받아들이면 긴급조치 위반으로 처벌되고도 재심 청구를 못 하고 있는 저소득ㆍ저학력층과 이미 사망한 사람들이 자동으로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있다. 민변은 이들을 200~300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채 총장이 민변의 청원을 받아들이면 검찰은 과거 수사기록을 바탕으로 긴급조치 위반자 명단을 확보, 대법원에 일괄 비상상고를 하게 된다. 검찰은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1일 긴급조치 1, 2, 9호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한 이후 법원의 긴급조치 사건 재심에 대한 항고ㆍ재항고를 일괄 취하하는 등 재심 무죄가 나오도록 협조하고 있다. 대법원도 2010년 12월 긴급조치 1호가 위헌이라며 무효 판결한 바 있어 비상상고 절차를 밟는 데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비상상고에 대한 검찰 내부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과거사 반성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반응이 많지만, "비상상고는 검찰총장이 법원의 잘못된 법령 해석에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인데 이미 위헌 결정이 난 법에 대해 사후적으로 제기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피해자 수백명에 대한 대규모 비상상고도 전례가 없다. 검찰총장의 비상상고는 흔한 일은 아니지만 지난 2011년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이 반의사불벌죄인 정보통신망법 위반 사건에서 고소취소장이 제출됐는데도 유죄가 선고됐다며 낸 비상상고가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진 적이 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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