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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이 뭐길래… 공직사회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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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이 뭐길래… 공직사회 '스트레스'

입력
2013.04.1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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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기관의 상급 부처가 두 곳이라니…. 시어머니 둘을 모시려면 큰 혼선이 예상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11일 '협업(協業)'직격탄을 맞았다. 295개 공공기관의 주무 부처가 발표됐는데, 지식경제부 산하이던 이 단체의 새로운 관할 부처로 안정행정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공동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주변에선 사상 초유의 상황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부처 간 칸막이 제거와 소통을 강조하는 가운데 관할권 다툼이 마무리되지 않자, 두 부처가 협업을 명분으로 미봉책을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새 정부에서 국무총리실은 업무가 하나 더 늘었다. 박 대통령 주문사항인 '협업'을 깨는 부처 이기주의를 단속하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업무 추진 과정에서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타 부처를 공격하는 자료를 배포한 다수 사례를 포착, 기획재정부 간부 등에게 주의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직 사회가 '협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된다. '우리 사회의 복합 문제를 해결하려면 협업이 필수'라는 박 대통령 주문에 따라 각 부처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부처간 생산적인 논쟁까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1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각 부처마다 타 부처와의 개방ㆍ공유ㆍ협업 등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조직문화를 바꾸는 내용의 '정부 3.0' 개편 작업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이는 융합을 통해 창조경제를 구현하자는 박 대통령의 철학에 따른 것인데, 각 부처 업무보고가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부와 중소기업청 등 영역이 겹치는 부서끼리 합동으로 진행된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개념이 아직 모호한 상황에서 '협업'의 중요성만 강조되면서 부처간 이견 표출이 금기시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앙부처의 한 과장급 공무원은 "현안에 대한 초기 논의 과정에서 부처간 갈등은 오히려 당연한데, '협업'이 금과옥조(金科玉條)가 되면서 제대로 된 토론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현재 구조에서는 각 부처가 청와대 지시를 따르는 게 '협업'이 될 것"이라며 "집단사고에 따른 정책 실패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부처간 협업 방식으로 애용되는 각종 태스크포스(TF)의 난립에 대해서도 비슷한 지적이 제기된다. 선임 경제부처인 기재부에는 투자활성화와 경제민주화 이슈 등을 챙기기 위해 20여 개의 TF가 한꺼번에 만들어졌는데, 현안에 대한 추진 일정만 나왔을 뿐 구체적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TF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기재부 내부에선 "TF를 관리하는 TF를 만들면 된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홍준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협업을 표방하며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겠다고 하지만 아직은 그저 그런 투망식 설명일 뿐"이라며 "조금 더 구체적인 그림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윤기 안전행정부 국장도 "부처 간 칸막이나 할거주의 등은 선진국에서도 겪는 대규모 조직의 공통된 속성"이라며 "협업을 필수화하려면 관련 규정을 마련하는 등 제도화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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