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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개발 '항체 복제약' 세계 첫 시판 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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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개발 '항체 복제약' 세계 첫 시판 허가

입력
2013.04.14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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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한 생명과학기업이 개발한 약 '램시마'가 '항체 바이오시밀러'로 세계에서 처음 시판 허가를 받았다. 이 약은 다국적제약사 얀센의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복제약이다. 램시마 처방이 본격 시작되면서 항체 바이오시밀러는 의료계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개발사인 셀트리온에 따르면 램시마를 '복제'하는 기술은 여느 약들을 복제하는 기술보다 어렵다. 오리지널 약인 레미케이드가 화학약품이 아닌 항체약품이기 때문이다. 임상적 평가는 아직 이르지만 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항체 바이오시밀러는 분명 진일보한 기술이다.

핵심은 당 조절 기술

사실 램시마 이전에도 바이오시밀러는 여러 개 나왔다. 대부분 주성분이 단백질이나 호르몬으로 이뤄진 약을 복제한 것들이다. 이처럼 생물의 몸에 존재하는 생체물질을 치료용으로 만든 약을 바이오약품이라 부르고, 이를 복제한 약을 바이오시밀러라고 한다.

일반적인 화학물질로 만든 아스피린, 비아그라 같은 화학약품은 정확히 똑같이 복제가 가능하다. 화학약품을 복제한 약은 제네릭이라고 불린다. 제네릭은 개발과정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고, 몸에 들어갔을 때 오리지널 약과 같은 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생물학적으로 증명만 하면 비교적 간단히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생체물질은 일반적인 화학물질에 비해 구조가 훨씬 복잡하고 불안정하다. 인슐린, 성장호르몬 같은 바이오약품을 아무리 잘 복제해도 구조가 약간씩은 달라지는 이유다. 때문에 별도 임상시험을 통해 효능과 독성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이렇게 개발된 단백질 바이오시밀러, 호르몬 바이오시밀러 등이 현재 국내외에서 처방되고 있다. 이들을 1세대 바이오시밀러라고 부른다.

램시마는 그 뒤에 출시된 2세대 바이오시밀러로 오리지널 약의 주성분이 항체란 점이 다르다. 외부물질(항원)의 침입에 대항하기 위해 인체의 면역시스템이 만들어내는 항체는 다른 생체물질과 비교해 구조적인 특징이 있다. 주요 뼈대는 단백질이지만, 그 주변에 당(糖) 성분이 붙어 있다. 당이 붙어 있어야 항체가 몸 안에서 오랫동안 분해되지 않고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항체약을 복제할 때는 최대 난관은 바로 이 당이다. 바이오약품은 보통 동물세포를 대량 배양해 그 세포들이 만들어낸 생체물질을 분리, 정제하는 방식으로 생산한다. 온도나 영양분 등 환경이 미세하게 변해도 항체의 당 구조는 확 달라지기 때문에 다루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심지어 오리지날 항체약조차 매번 당 구조를 100% 똑같이 생산해내지 못한다.

따라서 항체약을 복제할 때는 효능이나 독성에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의 기준을 정해두고 당의 구조 변화가 그 기준을 넘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 바로 이 기술이 항체 바이오시밀러의 핵심이다. 일반적인 제네릭 개발 설비나 기술, 경험만으로는 단기간 안에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복제한 다음에도 1세대 바이오시밀러보다 더 까다로운 임상시험을 거쳐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국내외 제약사, 개발 경쟁 치열

제약업계는 항체약품의 바이오시밀러 하나를 시장에 내놓기까지 약 2,000억~2,500억원이 드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어마어마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내외 유수의 제약사들이 너도나도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그만큼 시장에선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다는 의미다.

바이오시밀러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제네릭과 마찬가지로 싼 가격이다. 특허 기간 큰 이익을 누려온 다국적제약사의 오리지널 바이오약품 가격을 내려 싸게 공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램시마는 한 병당 37만892원이다. 이를 몸무게 60kg인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치료비로 환산하면 경쟁 항체약품 가격의 35~40% 정도다. 경제적 이유로 항체약을 쓰지 못했던 환자들이 이 약으로 치료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화학약품은 몸에 들어갔을 때 손상된 부위뿐 아니라 정상 조직도 망가뜨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작용과 합병증이 생기는 이유다. 이에 비해 인위적으로 합성하지 않고 살아 있는 세포에서 만들어진 바이오약품은 특정 부위에만 작용하기 때문에 이 같은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바이오시밀러 중에서도 특히 개발이 까다로운 항체 바이오시밀러가 처음 나온 덕에 우리나라는 이 분야를 선도할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까다로운 생산 조건 등 때문에 초기에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소규모 국내 바이오기업이나 제약사들의 진입이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한편에선 일부 1세대 바이오시밀러의 시장점유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며 2세대 역시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승서 셀트리온 사장은 그러나 "항체의약품 가운데는 정부의 의료비 부담이 큰 심각한 병의 치료제가 많은 만큼 2세대 바이오시밀러는 1세대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다"며 "1세대 바이오시밀러를 한번도 허가한 적이 없는 미국도 최근 2세대 바이오시밀러 허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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