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맥주의 맛 논란이 법률 논쟁으로까지 비화됐다. 맛의 질이 좋아지게 하려면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양사의 과점체제를 깨야 하고, 이를 위해 중소 맥주업체들의 시장진입이 용이하도록 술에 붙는 세금(주세)을 차등화해야 한다는 입법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민주통합당 홍종학 의원은 맥주의 풍미를 높이기 위해 주원료인 맥아의 기준을 높이고 중소제조업체에 대해서는 시설규제를 완화하고 세율도 큰 폭으로 낮추는 내용의 주세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개정안은 ▦맥아기준의 경우 현행 '10% 이상'에서 '70% 이상'으로 높이고 ▦현행 72%인 맥주세율을 중소업체에 한해 30%까지 낮추는 내용이다.
현행 주세법 시행령 제3조에는 '맥주의 제조에 있어서 그 원료곡류 중 엿기름(맥아) 사용중량은 합계중량을 기준으로 100분의 10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 규정은 '국산 맥주들은 맥아 함량이 낮아 맛이 싱겁다'는 주장의 근거로 자주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 맥주 맛이 대동강 맥주보다 떨어진다"는 기사를 실었던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도 역시 이 조항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오비맥주나 하이트진로 등 국내 맥주제조업체들은 이 규정과 맥주맛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법 조항은 맥아비율이 낮은 발포주에도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만든 규정일 뿐 실제 국산 맥주의 맥아 함량은 모두 70%가 넘는다"면서 "법상 최소 맥아함량을 70% 이상으로 바꿔도 맥주업계 입장에선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는 것은 중소 맥주제조업자에 대한 주세인하 규정이다. 주세를 낮추면 맥주 값이 싸지는 만큼, 중소업체들에게 낮은 주세율을 적용할 경우 보다 많은 중소 맥주제조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해 경쟁이 촉진되고 현재의 과점체제도 깰 수 있을 것이란 논지다.
하지만 기존 맥주업체들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세도 아니고 제품에 붙는 소비세를 제조회사 규모에 따라 차등 부과하는 건 형평성이 맞지 않는 조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법안발의를 추진중인 홍 의원은 지난 12일 열린 간담회에서 "대형 맥주 제조회사인 오비와 하이트진로가 국내 맥주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합계 96.1%"라며 "이렇게 두 기업이 과점하고 있는 국산 맥주시장에서 다른 맥주가 등장하고 소비자가 다양한 국산맥주를 맛보기 어렵다"며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안덕수 기획재정부 교통·환경·에너지세제과장은 "소규모 업체가 대량생산하는 업체에 비해 제조원가가 높은 것은 사실이나 세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해 이미 과세표준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면서 "주세율 자체를 인하하면 약주나 소주 등을 제조하는 소규모 제조업체와의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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