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주먹'에서 질풍노도의 학창시절을 연기한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임덕규 역의 박정민(27), 이상훈 역의 구원(26), 신재석 역의 박두식(26), 손진호 역의 이정혁(29), 그들에겐 지난 1년이 질풍노도 그 이상 땀과 혼을 쏟아 부은, 인생을 건 시간이었다.
작년 여름 그들은 경기 파주의 서울액션스쿨에서 3개월간의 지옥훈련을 보내야 했다. "액션스쿨이 이렇게 무서운 곳인 줄 몰랐어요."(박정민ㆍ이하 정) 강영묵 감독이 상주했지만 정두홍 감독은 여러 작품을 함께 진행하느라 며칠에 한번씩 훈련장을 찾았다. "갈 때마다 정 감독님이 없었으면 했어요."(정) "주차장에 정 감독님 차가 있으면 아 지옥이구나 했죠."(이정혁ㆍ이하 이)
액션스쿨에서 몸을 만든 뒤 그들은 촬영현장에서 드디어 강우석 감독과 만나게 된다. 오디션 때 보고 처음 만나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정두홍 무술감독보다 강우석 감독이 더 무서웠다고 했다. "진짜 살아있는 전설이잖아요. 이분과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죠. 제가 부족한 것을 아니까 혼나기 전에 혼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구원ㆍ이하 구)
촬영장에서 강 감독의 불호령을 가장 많이 받은 건 박두식이었다. "NG의 대마왕이었죠." (박두식ㆍ이하 두) "필름으로 찍었으면 몇 억 날라갔을 거에요."(정) "기본이 안된 상태였죠. 카메라워크나 앵글도 몰랐어요. 욕부터 먹고 들어가니 몸도 긴장이 많이 되고. 감독님이 뒷목을 잡았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나중에 감독님이 믿어준다는 느낌 받고 나니 긴장을 풀 수 있었죠."(두)
영화에서 그들은 미리 맞춘 합이 아닌 실제처럼 싸웠다. "스턴트맨을 상대로 우린 진짜 때렸어요. 미안해서 살살하다 보면 다시 찍어야 했어요. 그분들이 오히려 부탁하더라고요. 괜찮으니 한번에 가자고. 점점 과감해졌어요."(구)
이들 배역의 성인 역들은 황정민, 유준상, 윤제문, 정웅인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다. 그들이 선배들을 만난 건, 학생역 촬영분량을 다 끝낸 후 고사를 지낼 때였다. 그때 선배들은 그들의 촬영본을 보게 됐다. "전 많이 혼났어요. 서러울 정도로요. 진짜 열심히 했는데 혼나니 연기가 싫어지더라고요. 그런데 다음날 전화 주셔서 30분 정도 따뜻하게 조언을 해주더라고요. 그래서 풀 수 있었죠."(정) "저희도 지켜봤는데, 전 그렇게 혼나는 것도 부럽던데요."(이) "형은 맨날 부럽데. 전 이 형이 부럽더라고요. 정웅인 선배가 특히 형을 따로 챙기고 예뻐해줬어요. 윤제문 선배는 두식이한테 눈길도 한번 안줬고, 유준상 선배도 제게 특별하게 관심을 주시거나 하진 않았거든요."(구)
이들은 완성된 영화를 보고, 강우석 감독을 다시 봤다고 했다. "현장에서 대본이 항상 즉흥적으로 바뀌니 잘 이해를 못할 때가있어요. 감독님이 와서 '이해 안되냐? 영화로 보여줄게, 그냥 해' 하시더라고요. 그리곤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 나서 정말 감독님은 전설이란 걸 실감했어요."(구) "저도 영화보고 느꼈어요. 이미 머릿속에 개봉된 지금의 영화가 있었던 거죠."(이)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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