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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4호기 또 스톱 예방정비 부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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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4호기 또 스톱 예방정비 부실 논란

입력
2013.04.1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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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잠잠했던 원자력발전의 가동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 계전기 이상신호 등 단순 고장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국내 발전량의 30% 이상을 담당하는 원전이 또다시 멈춰 서면서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을 앞두고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4일 고리원전 4호기(95만㎾급)의 증기 발생기에서 이상신호가 감지돼 이날 오전9시부터 원인 파악과 정비를 위해 발전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증기 발생기는 터빈 발전기가 돌아갈 수 있도록 증기를 생산하는 일종의 열교환기로 원전 안전과는 무관하다는 게 한수원 측의 설명이다.

문제는 고리4호기가 고장을 막기 위한 계획예방정비를 막 끝낸 시점에, 오히려 가동중단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리4호기는 장장 63일에 걸친 예방정비를 지난 3일 마쳤지만 바로 다음날 고장을 일으켰고, 10일부터 발전이 재개됐으나 나흘 만에 또다시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불과 열흘 사이에 가동→중단→재가동→중단을 반복한 셈이다.

지난 4일의 발전정지 사태는 한국전력이 고리원자력본부 종합변전소를 건설하면서 주변압기를 보호하는 계전기의 전류입력선을 잘못 연결하는 바람에 일어났다.

때문에 시간에 쫓겨 원전 가동에 급급하다 보니 정비를 부실하게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고장은 주변압기에는 정상적인 전류가 흘렀는데도 전선결합 오류로 인해 계전기가 오작동을 일으킨 실수였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증기 발생기에서 감지된 신호는 큰 지장이 없어 계획예방 정비 때까지 그대로 가동해도 되지만 충분한 안전조처를 고려해 자체적으로 발전정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15일 재가동을 앞둔 영광2호기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영광2호기는 당초 9일 발전을 재개할 계획이었으나 발전기의 압력조절 장치에 이상이 생겨 정비기간을 연장했다. 그러나 영광원전 민간환경감시위원회에 따르면 영광2호기 증기 발생기 세관에서 미세균열이 260개나 발견됐다. 세관 균열은 방사능에 노출된 냉각재가 유출되는 대형 사고를 부를 수 있는 중대 결함이다. 한수원은 일단 임시방편으로 미세균열을 땜질하는 관막음 조치를 하고 예정대로 재가동에 들어간다는 방침이지만,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원전 고장은 여름철을 앞두고 다시 불거져 전력수급에도 빨간 불이 켜지고 있다. 물론 이날 현재 예비전력은 1,400만㎾대(예비율 29%)로 전력공급은 남아도는 상황. 하지만 이달 들어서만 고리1호기, 신고리1호기, 월성2호기, 울진2ㆍ5호기 등 예방정비에 들어가는 원전이 5기(424만㎾)에 달한다. 여기에 정비 기간이 연장된 영광3호기(100만㎾), 8월 재가동 예정인 울진4호기(100만㎾), 계속 운전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월성1호기(68만㎾)가 멈춰 섰고, 5월(고리2호기 신고리2호기)과 6월(월성3호기)에도 예방정비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혹서기 최대전력 수요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원전 재가동 일정이 어긋나거나 최소 한 달 이상의 점검을 요하는 원전 고장이 발생할 경우 여름철 전력난은 조기에 닥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신임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원전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가장 중요하고 효율적인 방법은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라며 예방 분야의 예산과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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