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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도 사진촬영도 막을 거면 ‘발표회’ 왜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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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도 사진촬영도 막을 거면 ‘발표회’ 왜 했나

입력
2013.04.14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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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대사학회가 13일 고려대에서 연 지안 고구려비 학술발표회는 9시간 행사 동안 200석 회의장이 꽉 찰 정도로 학자들은 물론 언론의 이례적인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미숙한 준비와 진행, 참석한 중국학자들에 대한 지나친 취재 제한으로 적지 않은 빈축을 샀다.

고대사학회는 이날 학술회의 시작 직전 "중국학자 인터뷰 요청이 많아 모두 거절하기로 했다"며 "한국과 다른 중국의 민감한 정치적 환경을 고려해 달라"고 언론에 통보했다. 사진 촬영 역시 "중국 측의 부탁"이라며 단상에서 발표할 때만 가능하고 밝혔다. 특히 논문 발표 후 토론에서 방청객 질문을 차단하고 기자단의 공동질문서도 '자체 검증'으로 선별해 물의를 빚었다.

일부 사진기자들 중에는 주제 발표가 끝난 후 겅테화 퉁화사범학원교수와 쑨런제 지안박물관 연구원에게 사진촬영을 허락 받은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촬영을 시작하자 여호규 한국외국어대 교수와 윤용구 인천도시공사 연구이사 등 국내 학자들이 가로막고 나섰다. "우리에게 허락 받아야 한다. 3시 이후 지정 토론에서 찍으라"며 목소리까지 높였다. 심지어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려고 겅 교수를 화장실로 데리고 가는 해프닝까지 벌였다.

발표가 끝나고 토론이 시작되자 기자들은 "개별 인터뷰가 불가능해 기자들의 질문을 모았다"며 질문지를 건넸다. 발표회장의 진행을 맡아본 노태돈 서울대 교수는 질문을 묵살하듯 "참고하겠다"고 가져가 그 중 달랑 하나만 골라 겅 교수에게 전했다. 기자들이 준비한 질문에는 '비석 건립설이 중국 내에서도 엇갈리는데 왜 겅톄화 교수의 광개토왕 설이 보고서로 채택됐는가' '장수왕 건립설의 근거로 장푸유 지린성 사회과학원 부원장이 제시한 '정묘세간석(丁卯歲刊石) '이 실제 비석이나 탁본에서 확인되는가' '국가문물국의 보고서가 고구려를 중국 부족의 하나인 고이족으로 본 근거는 무엇인가' 등이 있었지만 무엇 하나 속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재중동포 통역사가 제대로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해 중국학자들의 긴 대답을 한두 문장으로 축약해 전달하는 일도 거듭됐다. 보다 못한 방청객이 "다시 통역해 달라"고 요청서 참석한 한국 교수가 두 차례 재통역하는 일도 있었다. 어느 행사보다 치밀해야 할 학술회의를 이렇게 준비 안 된 상태로, 언론까지 통제해가며 할 생각이었으면 무엇 하러 '발표회'라고 열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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