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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본 中학자들 “지안 고구려비는 진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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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본 中학자들 “지안 고구려비는 진품”

입력
2013.04.14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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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의 고대사 연구자들이 지난해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에서 발견된 지안 고구려비 연구 결과를 공동 발표하고 토론하는 학술발표회가 13일 고려대에서 열렸다. 이 비석 발견 이후 한중 학자들이 한 자리 모여 공개적으로 연구 성과를 논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신발견 지안 고구려비 종합 검토'를 제목으로 내건 이날 한국고대사학회의 정기발표회는 드물게 200석 규모의 회의장이 꽉 차는 성황이었다. 국내 학자들은 아직 보지도 못한 비석의 실물을 놓고 연구한 겅톄화(耿鐵華) 퉁화(通化)사범학원 교수와 쑨런제(孫仁杰) 지안 박물관 연구원이 참석했다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지안 고구려비가 광개토왕대에 건립된 현존 최고(最古)의 고구려비라는 데 한중 학자들의 의견이 거의 일치했다. 겅 교수의 경우 지안 고구려비의 형태를 광개토왕비나 중원고구려비와 다른 중국 양식이라고 설명해 동북공정의 일환이 아니냐는 의심도 샀다.

건립 시기는 광개토왕대로 거의 일치

가장 큰 관심거리인 비석의 건립 시기에 대해 겅 교수를 비롯한 대부분의 발표자가 광개토대왕 대에 건립됐다고 주장했다. 겅 교수는 "광개토대왕이 부친인 고국양왕을 위해 건립한 수묘인 연호비"라는 견해를 내놨고, 여호규 교수 등 거의 모든 국내 학자들도 이 의견에 동의했다.

이 비석을 연구해온 지안박물관 중심의 중국 연구팀이 최근 발간한 연구 보고서 에서도 이 비석을 광개토왕이 부왕인 고국양왕을 위해 세웠다고 결론 내렸다. 이 보고서와 관련해 여호규 한국외대 교수는 "중국문물국에서 나온 이 책자는 필자가 지안박물관이고 1차 사료조사 후 2차 검증을 거쳐 발간한 '박물관 보고서'"라며 "중국 정부의 공식 견해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한 쑨 연구원은 광개토왕의 아들인 장수왕 대에 건립됐다고 주장했다. 장푸유(張福有) 지린성 사회과학원 부원장도 최근 중국 인터넷에 자신이 판독한 비석 글자를 증거로 제시하며 장수왕대 건립설을 내놨다. 광개토왕대라는 해석이 우세하지만 비석 발견 이후 중국에서조차 아직 여러 학설이 제기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여호규 교수는 설명했다.

고구려비 가짜설 중국 학자들 거듭 반박

중국학자들은 국내 일부에서 제기한 지안 고구려비 가짜설을 전면 부인했다. 겅 교수는 비석 발견 경위를 설명하면서 "지안 고구려비가 세워진 자리는 고구려 고국양왕의 묘인 천추총 부근이며 수묘비(역대 왕릉을 관리하는 규정을 담은 비석)로 보인다"며 "이런 사실은 광개토왕이 자신의 아버지를 위해 묘비를 세웠다는 기록과 일치하므로 (진품이라는)진실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내 일부 학자들이 고구려 말기에 중국 도교가 들어온 것을 감안하면 비석에 도교의 '천도자승(天道自承)'이란 표현이 들어 있는 것은 이상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겅 교수는 이에 대해 "'천도'라는 글자는 선진(先秦) 시기부터 이미 많이 사용했고 고구려인들은 일찍부터 한자와 유교경전을 습득했다"며 위조 가능성을 부인했다.

지안 고구려비 제2의 동북공정 되나

'지안 고구려비' 보고서에는 고구려가 중국 고대종족의 하나인 고이족이며, 건국 당시 현토군(중국 한나라 무제가 세운 한사군의 하나)의 관할 아래 정권을 세웠다는 설명이 나온다. 이에 대해 지안 고구려비의 발굴, 연구가 제2의 동북공정 시도라는 국내학자들의 지적에 중국학자들은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겅 교수는 이날 발표 논문에서 "지안 고구려비는 광개토대왕비, 중원고구려비와 비교할 때 중국 후안 이래 유행한 규형(圭形ㆍ머리가 삼각형) 비석"이라며 이는 "석비 건립의 전통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 고대 비석 문화를 차용해 규수비 형태로 건립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영하 성균관대 교수는 종합토론에서 장수왕 대에 건립한 광개토대왕비가 방형(方形)인 것은 고구려의 자주적 성격이 반영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또 "지안 고구려비 위작 가능성의 현실적 배경으로 '제2의 동북공정'이 거론된다"며 "중국 학계가 고구려를 고대 중국의 지방정권으로 규정하고 진행한 일련의 학술 활동으로 인해 빚어진 한국 학계와의 갈등이 역사의 진실 탐구에 미친 부정적 영향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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