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해병대에 동반 입대한 쌍둥이 형제가 있다. 그 주인공은 경기 김포에 위치한 해병대 청룡부대에서 근무중인 박장호·성호(20) 형제다. 이들은 지난해 5월 해병대 병 1,161기로 입대한 후, 그해 7월부터 10월까지 2주간의 수색기초 교육과 9주간의 특수수색교육을 마치고 현재는 청룡부대 수색대대에서 복무 중이다.
이들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귀국을 결정했던 건 외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남다른 교육 때문이었다. 두 형제는 초등학교 2학년 때 부모를 따라 캐나다로 유학길에 오른 이후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14년간 타향살이를 했다. 당시 외할아버지 김기성(81)씨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반드시 군 복무를 해야 한다"고 형제에게 늘 강조해왔고, 한양대 교수인 부친 박재근(54)씨도 오랜 유학 생활 속에도 모국어를 잊지 않도록 집에서는 한국어만 쓰도록 교육하며 애국심을 심어줬다고 한다. 이렇듯 어릴 때부터 나라사랑에 대한 마음을 듣고 자란 장호·성호 쌍둥이 형제는 각각 미국에서 다니던 텍사스 오스틴 주립대와 펜실베니아 주립대를 휴학하고 귀국, 해병대에 입대하겠다는 뜻을 부모에게 전했다.
입대 후에도 두 사람은 뛰어난 운동신경 등으로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들은 특수수색교육 중 1.8㎞ 전투수영에서 100명의 대원들 중 형인 박장호 일병이 3위, 동생 박성호 일병이 4위를 차지해 우수한 성적으로 교육을 수료했다. 지난 1월에는 강원도 평창에서 진행된 동계 설한지 훈련과 천리행군 등에 참가했다. 지난달에는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 연습에 통역병으로 참가하는 등 군인으로서의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박장호 일병은 "특수교육기간 중 초콜릿 하나를 6~7명의 대원들이 함께 나눠먹으며 깊은 전우애를 느꼈다"고 말했다. 박성호 일병은 "외국에서 지낸 시간이 더 길지만 대한민국 국민임을 잊은 적이 없으며, 해병대의 빨간 명찰은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임을 느끼게 해줬다"고 밝혔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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