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경기 3안타는 고교 때도 없었던 것 같다."
류현진(26ㆍLA 다저스)도 들뜬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3경기 만에 타석에서 대폭발한 류현진에게 미국 언론은 '베이브 류스(Baby Ryuth)'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에 빗댄 표현이다. 류현진은 1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원정경기에 9번 타자 겸 선발 투수로 나서 6이닝을 3실점으로 막고 3타수 3안타를 때려 '원맨쇼'를 벌였다. 시즌 2승째로 한국에서 98승을 보태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다저스의 7-5 승리.
류현진은 애리조나 선발 이안 케네디를 상대로 3타수 3안타를 기록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3회초 1사 후 첫 타석에 들어선 류현진은 케네디의 공 2개를 파울로 걷어낸 뒤 3구째 직구를 받아 쳐 우월 2루타로 빅리그 첫 안타를 기록했다. 케네디의 높은 93마일(약 150㎞) 짜리 직구를 밀어 쳐 전진 수비를 펼치던 우익수 헤라르도 파라의 키를 넘겼다. 류현진은 1-0으로 앞선 5회초 선두 타자로 나와서도 볼카운트 1-1에서 직구를 때려 깨끗한 중전 안타를 만들었다. 달아오른 방망이는 식지 않았다. 그는 6회초 2사 후 세 번째 타석에서도 케네디의 146㎞ 짜리 직구를 밀어쳐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기록,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후속 타자의 적시타 때 홈까지 밟아 첫 득점에도 성공했다. 류현진은 7회 2사 1루에서도 타석에 섰지만 초구 헛스윙 뒤 1루 주자 저스틴 셀러스가 견제사를 당하는 바람에 4안타 달성 기회는 무산됐다.
3경기에서 7타수 3안타를 기록한 류현진의 시즌 타율은 4할2푼9리다. 규정타석을 무시할 경우 닉 푼토(7타수 4안타ㆍ0.571)에 이어 팀 내 2위다. 다저스 투수가 1경기 3안타를 때린 것은 2009년 8월17일 랜디 울프 이후 처음이며 3타수 3안타는 1999년 6월26일 카를로스 페레즈 이후 14년 만이다.
한국인 투수로는 박찬호에 이어 2번째다.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 1할7푼9리의 방망이 솜씨를 자랑한 박찬호는 샌디에이고 시절인 2006년 5월16일 애리조나전에서 3타수 3안타를 때렸다. 3주 뒤인 6월3일 피츠버그전에서도 3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타석에 설 기회가 없었던 류현진은 인천 동산고 시절에는 4번 타자로 활약했다. 고교 3년간 통산 2할9푼5리를 기록했고 3학년 때는 청룡기 본선 4경기에서 타율 3할8푼9리를 때리기도 했다. 류현진은 경기 후 "내가 투수라 상대가 분명 직구를 던질 거라 생각해 노렸다"면서 "앞으로도 주자가 없으면 안타를 노리겠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지금까지 투수 중 타격은 커쇼가 최고인 줄 알았다. 앞으로 그레인키 타석에서 우타자 대타로 써도 되겠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다저스의 공식 트위터는 경기 직후 베이브 류스를 비롯해 류얼 몬데시(Ryu Mondesi), 스탠 류지얼(Stan Ryusial), 류 게릭(Ryu Gehrig), 켄 그리피 류니어(Ken Griffey Ryunior), 게류 셰필드(GaRyu Sheffield) 등 빅리그를 호령했던 슬러거들의 이름에 류현진을 빗대어 소개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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