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이에요." 어린 친구 J가 돌멩이 두 개를 내밀었다. 작년 이맘때였다. "이게 뭔데?" 나의 얼굴엔 의아함이 묻어있었을 것이다. J는 기다렸다는 듯 반갑게 대답했다. "속초에 갔다가 주워 왔어요. 왠지 언니한테 주고 싶어지던걸요?" 속초의 조개껍질이 아닌 속초의 돌. 나는 한 손에 하나씩 알맞게 들어가는 이 엉뚱한 선물이 좋았다. 책꽂이의 빈 칸에 올려두고, 속초와 J를 가끔씩 생각했다.
그 사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속초의 돌은 내가 놓아둔 자리에서 그대로 묵묵했다. 문득 나는 여수 앞바다에 돌을 던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하필 여수인지는, 글쎄다, 그냥 그 이름이 좋았던 게 아닐까. 여전히 묵묵한 속초의 돌을 보며 나는 속초와 함께 여수를 떠올려보고는 했다.
다시 가을과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여수에 갈 때가 되었구나.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속초라는 이름이 여름처럼 청량하다면 여수라는 이름은 봄바람처럼 부드럽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수에 닿은 건 깊은 밤이었다. 바다를 낀 숙소를 잡고 속초의 돌을 챙겼다. 한쪽에 하나씩, 주머니가 불룩하고 묵직했다. 탁 트인 검은 하늘에는 별들이 총총했고 발밑에서는 검은 파도가 찰박거렸다. 힘껏, 나는 돌을 던졌다. 속초의 돌이 풍덩 여수 앞바다에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낯선 물은 어떤 느낌일까. 고요히 가라앉은 돌을 대신해서 나는 마음이 출렁인 듯도 했고 약간의 소원을 빈 듯도 했다.
신해욱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