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이 재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 납득할 수 있을만한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판결문은 이를 다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변호사들이 민사재판 판결문에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결문이 재판 결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결국 항소율을 높이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14일 대법원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최근 민사재판 1심을 향한 변호사들의 쓴소리를 담은 '민사재판 리포트 2013'을 발간했다. 지난해 5, 6월 행정처가 주관한 그룹 인터뷰에 참가한 변호사들은 민사재판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재판부가 결론을 내린 후 판결문을 통해 그 이유를 사건 당사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한 변호사는 "판결 이유는 당사자는 물론 소송대리인을 설득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판결 이유가 지나치게 간결해 사건 당사자를 설득하는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형 법무법인 소속의 또 다른 변호사 역시 "판결문이 너무 간단해 당사자로서는 당연히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수많은 쟁점을 '믿기 어렵다'는 한 줄로 처리하는 판결문이 많은데 수 많은 증거조사를 했음에도 판결문이 딱 한 줄로 나오니 수긍하기 어렵다"는 불만도 있었다.
또 재판의 원고와 피고를 설득하기보다는 상급법원을 의식한 판결문도 적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한 변호사는 "치열하게 다퉜던 쟁점을 피해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있는데 결국 항소심에서 깨지지 않기 위한 글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간혹 심리과정에 비해 지나치게 자세한 판결문이 있는데, 결국 하급심 법관이 상소심 법관을 의식해 판결문을 작성하는 관행은 스스로 고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잘못된 기초사실 등을 기재해 법원이 스스로 재판의 신뢰를 깨뜨린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한 중진 변호사는 "이긴 쪽에서 봐도 틀린 부분이 많다는 게 문제다. 그런 부분에서 사법 신뢰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가장 황당한 판결은 재판에서 전혀 다투지 않은 부분으로 결론을 내려버리는 것"이라는 불만도 있었다.
인터뷰에 참가한 변호사들은 이 밖에도 "결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충분한 변론과 방어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증거와 증인 채택을 보다 폭넓게 인정해 줘야 한다"는 등 재판 절차의 개선 방안도 제안했다.
대법원은 이들의 조언을 반영해 판결문에 핵심 쟁점에 대한 판단 이유를 상세히 기재토록 하는 등 개선안을 리포트에 담아 이달 전국 법원의 법관들에게 배포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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